(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험지로 나가라는 요구를 받는 두 경남지사의 공천 배치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가 경남 양산으로 옮기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일단 큰 산을 넘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 컷오프, 즉 공천배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홍 전 대표 제안에 화답했다. 자신이 바라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과 당이 요구하던 수도권 대신 제3의 길인 '경남 양산을'로 가겠다는 뜻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간다고 했던 지역구에서 떠나겠다는 의사가 나온 만큼 그동안 자기를 위해 도와줬던 당원동지, 친지들에게 고마움과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며 "자기가 머물렀던 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 출발 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인재로 송한섭 전 검사를 영입했다는 기자회견이었지만 공천에 대한 취재진 관심이 쏟아지자 하는 수 없이 대답한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만 '절반의 수확'이라고 전제했다. 김 위원장은 "거목이 될 나무를 엉뚱한 데다 뿌리를 박게 하면 거목으로 자랄 수 없다"며 "두 분이 잘못된 장소를 벗어나겠다 하는 그런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절반의 수확은 거뒀다"고 했다.
여기서 '절반'이란 표현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양산을 지역 배치가 다소 아쉽지만 수용하겠다는 뜻과 ▲홍 전 대표 제안은 수용하되 김태호 전 지사는 컷오프 할 수 있다는 으름장 등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홍 전 대표와 함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온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특히 '김 전 지사가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로 옮길 뜻을 내비쳤다'는 언론보도를 김 위원장이 강조한 건, 추가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김 전 지사는 확대해석된 보도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 방침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CBS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잘못 오인된 기사가 전달된 것 같다"며 "당이 어려운 것도 알고 나라 걱정도 있지만 고향 출마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 측은 지난해 7월 고향에서 지역구 활동을 시작한 뒤 주민들과 했던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항변한다. 이는 앞으로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신뢰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원칙 없는 물갈이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험지를 판단하는지, 인물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공관위가 공개해야 한다"며 "황 대표에게는 '희생하는 모양새'라도 만들어주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먼저 뛰고 있는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내밀었고 홍 전 대표까지 한발 물러선 만큼 김 전 지사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한 공관위원은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황 대표 역시 특정한 지표로 고른 게 아니라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의 공천에 관한 방침은 당초 이날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관위는 결론 짓지 못했다. 11일까지 결단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일단 김 전 지사 측에는 결단할 여유를 벌어주면서도 컷오프 할 명분을 쌓는 셈이다. 더불어 홍 전 대표 절충안과 관련해서는 지난 대선 후보라는 이름값에 비해 양산을이 험지냐는 지적과 공관위의 초반 결기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렇게 되면 애초 간판급 주자를 서울 각 지역으로 배치하려던 '서울 수복작전'에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만약 홍 전 대표가 양산에서 당선되고 황 대표가 종로에서 패할 경우 현 지도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차기 당권에 대한 우려다.
이석연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둘 다 한국당으로선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같이 갈 방법이 뭔지 논의 중"이라며 "내일(13일)이나 모레(14일)까지 여론의 추이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