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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돌 때만 화들짝…뒷전으로 밀리는 감염병 연구

보건/의료

    감염병 돌 때만 화들짝…뒷전으로 밀리는 감염병 연구

    해외 신종 감염병 연구 전담 기구 미비…질본·국립의료원 대응조직도 여력 부족해
    "평소 민간 전문 인력을 관리하고 비상시 질본과 협력하는 '감염병 전문센터' 세우자"
    "해외 공관에 보건 전문가 보내고 감염병 등 의료 정보 수집할 필요도"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2009년 신종플루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가 또다시 한국을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5년 주기로 감염병 유입 사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해외 감염병 상황 감시·연구를 24시간 전담할 기구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 신종플루·메르스 악몽 생생한데…비상사태 끝나면 외면했던 '감염병 연구'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구성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 TF는 지난 11일,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상설위원회 형태로 계속 운영하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아직도 해외에서 발견된 신종 감염병 동향을 감시하고 대응 방안을 연구할 전담 기구가 국내에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가 해외 감염병을 상대로 최전선에 서 있다.

    하지만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와의 정보 교류를 처리하기도 바쁜 긴급상황센터나, 치료 기능이 주로 강조된 감염병센터만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전 세계로 순식간에 번진 감염병 유행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림대 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체계 자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나 질본도 질병 관련 연구를 추진하지만, 예산이 너무 적다"고 설명했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국민의 관심이 모일 때면 상설 기구를 대신해 관련 연구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부 지원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가 터지자 2012년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을 벌였는데, 3년 뒤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메르스 연구에 예산을 몰아넣었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방역 연계 범부처사업단이 연구 과제를 수행 중이지만, 예산 규모는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아쉬워했다.

    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4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2번 확진자, 55살 남성의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런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는 '바이러스 전담 연구소'를 새로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정부 산하 조직보다 일선 전문가들의 역량을 모으는 구심적 역할을 할 기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는 현장 방역에 즉각 대응하는 조직이고, 대응 전략을 짜거나 임상 연구를 할 곳이 아니다"라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도 여러 질병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감염병 연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감염병 전문 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전문성이 없는 정부 부처 산하에 별도 기구를 만들면 효율이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립암센터처럼 '감염병 전문 센터'를 세워 각 민간 대학병원에 있는 연구진이 연계해 대응 체계를 준비하고,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질본이 현장에서 역학 조사한 자료를 접목하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바이러스 연구소 얘기가 나오자 이를 어느 정부 부처 산하에 둘 것인가를 두고 벌써 공무원 사이에는 신경전이 벌어진다고 들었다"라며 "당연히 있어야 할 조직이지만, 부처 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염려했다.

    더 나아가 국립암센터 기모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외교 공관에 보건 담당관을 두고 국내에 감염병이 유입되기 전에 선제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 교수는 "해외 외교 공관에는 외교관뿐 아니라 기후, 노무, 경찰 등 다양한 분야의 담당관들이 근무하는데, 보건의료 부문 담당관은 없다"며 "단순히 교민들의 건강을 관리하거나 감염병 정보를 얻어오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제, 백신 연구와 연계하면 관련 산업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눈앞의 효과만 손익을 계산하면 손해인 것 같겠지만, 감염병 사태는 일단 터지면 엄청난 국가적 손해를 부른다"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국방 예산을 편성하는 것처럼 공중보건 수준을 높이고 감염병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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