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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언·갑질에 경찰 기동대원 '집단전출' 사태

사건/사고

    [단독] 폭언·갑질에 경찰 기동대원 '집단전출' 사태

    "힘쓰고 왔냐" 성희롱 발언부터 '만취출근'까지
    28명 대원 중 24명 '전출사태'…"A 경감과 일하기 싫어 나갔다"
    기동대 특유 '상명하복·군대식 문화' 깔려있다는 해석도

    (사진=연합뉴스)

     

    최근 '상관 갑질 논란'이 불거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산하 모 제대에서 대원 28명 가운데 24명이 소속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에서는 '갑질 상관'에 대한 집단 반발성 전출(轉出)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태가 커지는 가운데, 기동대 내부의 경직된 조직 문화 문제가 이번에 표출됐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 '힘쓰고 왔냐' 성희롱 발언부터 '만취출근' 의혹까지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제대장인 A 경감이 폭언 등 갑질을 일삼는다는 첩보를 입수해 감찰에 착수했다. 피해를 입었거나 목격했다고 진술한 제대원들은 최소 7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경찰관 B씨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A 경감은 부하 직원인 B 씨가 피곤해할 때마다 "전날 여자친구를 만났느냐, 힘을 많이 쓰고 온 것 아니냐"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그뿐만 아니라 B 씨의 여자친구 사진을 보고 "성형을 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A 경감은 많은 이들이 모인 집회 현장에서 B 씨에게 수차례 "XX 놈아", "XX 새끼야"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뿐 아니라 경찰관 C 씨에게도 A 경감의 폭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너 같은 애는 정규직 시키면 안 된다. 조심하라"라는 경고를 넘어 "근무 나가면 주의력이 없고 정신이 없어 보인다. ADHD 정신병이 있는 줄 알았다"는 취지의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A 경감은 부하 직원들의 출신 지역까지 문제 삼으며 비하 발언을 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정상적으로 교육에 참석한 직원에게도 지각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A 경감의 근무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24일 만취 상태로 오후 출근을 한 뒤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제대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취합하고 있다. A 경감 역시 지난 17일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28명 대원 중 24명 '전출사태'…"A 경감과 일하기 싫어 나갔다"

    해당 제대 소속 대원 28명 가운데 24명은 최근 전출 의사를 밝혀 소속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거의 모두 제대를 떠난 것으로, 사실상 A 경감에 대한 집단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복수의 내부 증언도 나왔다.

    경찰관 D 씨는 "경찰들은 인사 시즌이 되면 해당 부대에 잔류할 것인지 전출을 나갈 것인지 내부 인사망에 표시해야 한다"며 "대원들끼리 제대실에서 만날 때마다 '못 버티겠으니 이번 인사 때 나가자'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고 설명했다.

    D 씨는 이어 "제대장이 같이 있는 카톡방에서 24명의 전출 사유를 취합해 올리기도 했다"며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제대장이 지금 상황을 한번 보라는 의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관 E 씨도 "제대원들이 해당 제대장에게 너무 질리다 보니 잔류보다는 '전출'을 선택한 것"라며 "이들이 사람이 싫어서 떠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상반기 정기인사 시즌에는 많은 제대원들이 전출을 나간다"며 "인사수요와 맞물린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를 이례적인 집단 반발로 볼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감찰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이번 사태가 개인의 비위인지, 조직의 문제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상명하복·군대식 조직문화' 기저에 깔려있다는 해석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갑질 논란이 기동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맞물린 일이라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기동대 출신의 한 경찰관은 "기동대는 집회나 시위 등 현장에 대응할 일이 많다 보니 늘 긴장해 있다"며 "아무래도 상명하복,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동대에서 근무한 다른 경찰관은 "제대장이 팀장들을 포함한 직원들의 근무 평가나 상점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직원들이 갑질을 당해도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 사실이 알려진 뒤, A 경감이 제대원들에게 '나도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놓았다'며 협박성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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