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 마크 그린 연방하원 의원이 지난 11일 코로나19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산 진단키트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산 코로나19 검진키트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연방 하원의원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한국의 검진방식은 미국보다 떨어진다. FDA도 한국산 검진키트는 승인 못해준다고 하더라’라는게 해당 의원의 주장이다.
국내 일부 보수층들은 “‘한국의 검진방식이 세계 최고’라는 문재인 정부의 자화자찬이 실체를 드러냈다”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미국 의원의 발언은 얼마나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의원은 미 공화당 소속 마크 그린 의원. 그는 지난 11일 열린 연방 하원 관리개혁위원회의 ‘코로나 청문회’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상대로 다음과 같은 질의를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에 한국은 단 하나의 항체만 이용하는데, 미국은 IgG(이뮤노글로불린G)와 IgM(이뮤노글로불린M)이라는 두 개의 항체를 이용합니다. 하나를 이용하는 한국 것보다 두 개를 이용하는 미국 진단법이 더 뛰어나죠?”
다음 날 열린 같은 청문회에서 그는 다시
“한국의 진단방식이 미국보다 더 낫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FDA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한국 진단방식은 부적절하다. 판매업자가 한국 것을 미국으로 들여와 팔려고 했으나 긴급사용승인도 내주지 못한다’고 FDA가 밝혔습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두 발언을 붙여 ‘한국의 진단 방식은 미국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미 FDA도 승인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부적합하다’는 그린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서울 중구보건소에 비치된 코로나19 검체채취 키트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그린 의원의 질의는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진단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말하는 것이라는게 국내 진단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가 말한 ‘항체’나 ‘IgG', 'IgM'을 검출하는 방식은 ’항체진단‘방식이고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는 검진법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방식이어서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것.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 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18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항체 진단 방식은 바이러스의 ‘항체’를 검출하는 방식이고 유전자 증폭 방식은 바이러스의 ‘유전자(핵산)’를 검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항체진단법은 사실상 감염 14일 이후에나 사용 가능한 반면 RT-PCR 방식은 감염 전체 기간에 걸쳐 사용 가능하다”며 “국내에서는 항체진단법의 문제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RT-PCR 방식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이러스 ‘유전자(핵산)’를 검출하는 RT-PCR과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해내는 항체진단법, 그리고 바이러스의 ‘항원’ 부분을 찾아내는 항원진단법 등이다.
RT-PCR은 감염 의심자의 코나 목에서 객담을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핵산)가 있는지를 진단한다.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RNA 숫자를 늘리는 증폭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6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증폭과정에는 시약을 넣고 온도를 조정해야 하는 여러 단계가 있는데, 이를 일일이 손으로 하거나 반자동으로 하거나, 아니면 장비를 이용해 완전자동으로도 할 수 있다. 검사 비용은 고가이지만 민감도와 특이도 등 정확성이 95% 이상이다. 또한 증상 발현 초기부터 진단이 가능하다. 분자 차원의 핵산을 검출하기 때문에 ‘분자진단법’으로도 불린다.
반면 항체검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한 뒤 생기는 항체(IgG, IgM)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항체가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항체검사법은 증상 발현 7일 이후부터 적용 가능한 방식이다. 보통 민감도는 95% 정도지만 증상 발현 7일~14일까지는 민감도가 낮다. 혈액을 채취해 검사하며 10여분 정도면 결과가 나와 신속진단이 가능하고 비교적 싼 가격에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항체는 혈액을 분리한 혈청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혈청검사법’으로도 불린다.
항원검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항원 부분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역시 저가에 신속진단,자가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감도와 특이도가 50~70%에 그친다.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 제공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 많은 바이러스는 내뿜으며 강한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감염 초기부터 진단이 가능하고 무증상 감염도 찾아낼 수 있는 RT-PCR 방식만 줄곧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 공화당 의원이 말한 방식은 항체진단법이며 항체진단법 가운데 항체 두 개를 동시 검출하는 방식이 당연히 하나만 검출하는 방식보다 더 낫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RT-PCR 방식만 사용하는 우리나라와는 아무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크 의원의 질의에 로버트 레드필드 CDC 센터장은 “한국은 코나 인두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자시험’(=RT-PCR 방식)을 한다. 그러나 당신이 언급한 방식은 ‘혈청검사’(=항체검사) 방식”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와 CDC는 RT-PCR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RT-PCR방식으로만 진단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진단키트 5곳도 모두 RT-PCR 방식이다. 미국의 FDA 역시 RT-PCR방식의 진단키트에만 긴급사용승인을 내주고 있다.
항체진단방식의 검진키트가 사용될 때도 있다. 어떤 집단의 상당수가 양성으로 판정됐는데 집단 내 소집단이 특이하게 음성으로 판정될 경우 해당 소집단이 애초부터 감염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감염됐다가 자연치유된 것인지를 알아볼 때 항체검사법을 사용할 수 있다. 소집단이 감염되지 않았다면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앓고 지나갔다’면 증상은 없지만 항체는 형성돼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항체검사법은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역학 조사를 할 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의 진단키트는 승인할 수 없다’는 FDA의 편지는 어떻게 나왔을까?
그린 의원이 주장하는 이 편지는 공개되지 않아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한국의 누가, 어떤 방식의 진단키트를 승인해달라고 신청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린 의원도 ‘이런 편지가 있다’는 것만 주장했을 뿐 청문회 증인을 대상으로 질의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항체검사방식을 추진하는 한국내 진단업체측이 미 FDA에게 긴급사용승인을 문의하거나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가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진단으로 해결하려는 상황이어서 진단시장이 갑자기 커져 버렸다”며 “굉장히 많은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고 개중에는 성능이 안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크 의원이 말한 것은 항체검진법이고 이에 대해 FDA가 ‘항체검진법은 안된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 신뢰도 높은 방식으로 수많은 검진을 해왔다는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의 FDA는 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을까? 한국산 진단키트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미국에 비해 한국산 진단키트의 성능이 떨어지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레드필드 CDC센터장은 “비교하지 않겠다”며 “현재로서는 한국산 키트가 FDA 승인이 없어 미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현재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국내 진단키트 업체는 아직 FDA에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자료 등을 꼼꼼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제 막 대리인에게 FDA에 제출할 자료를 넘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혁민 교수는 “FDA는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미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 가운데 외국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가 유일하다. 로슈는 RT-PCR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제약사다.
국내에서도 국내산 진단키트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의견이 있다. 음성이 양성으로 바뀌거나 완치 이후에도 양성으로 판정되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진단전문가들은 음성이 양성으로 재판정되는 경우는 ‘증상 초기 방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진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적거나 검체 채취 과정에 오류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체 채취 과정의 오류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완치자의 양성 판정은 재감염이 됐거나 완치 이후 체내에 극소량으로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의 변화로 재활성화되는 경우로 보고 있다.
이혁민 교수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50여만건이 진단됐는데 진단키트의 신뢰도가 99.9%라 하더라도 500건의 오류가 생길 확률”이라며 “진단키트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재검사와 교차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진단키트가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성능 서류 검사와 실제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특히 실제 검사는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의료기관 3군데가 동일한 검체로 검사해서 모두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통과할 수 있다. 동일한 검체라 하더라도 여러 개로 나눠 검사하기 때문에 국산 진단키트의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