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기내식사업을 해 오고 있지만 2009년 신종플루 때도 하루 3만식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인천 중구 공항동로에 위치한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센터 김세용 수석의 말이다
2일 오전 인천 기내식센터에는 승객에게 제공될 식사와 간식 등을 담은 밀카트를 싣고 오고가는 푸트트럭이 1대도 눈에 띄지 않았다.
평소 56대의 푸트트럭이 하루 종일 센터와 터미널을 분주히 오고 갔지만 현재는 10여대의 트럭만 운영 중이다. 센터내 주차장에는 운휴 중인 푸트트럭이 빼꼭이 메우고 있었다.
(사진=자료사진)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하루 평균 이곳에서 반출되는 기내식 물량은 하루 약 8만식이었다.(국제선은 노선별로 1인당 1~3식이 제공된다)
하지만 지난 주 반출 물량은 하루 3700식, 전년에 비하면 96.4%가 감소했다.
3월 4주차 국제선 여객이 지난해에 비해 95.5%가 감소했다는 한국항공협회의 통계와 비교하면 얼추 비슷하다.
센터에서 일하는 1300명의 협력업체 직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350명만 출근한다. 일감이 없으니 협력업체들은 무급·유급휴직, 권고사직 등 인력감축 외에 도리가 없다
김 수석은 "2월 3일부터 기내식 생산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해 3월 1주차에 2만식, 3월 2주차에 1민식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하루 3700식에서 이번주 3000식으로 떨어지는 등 기내식 공급이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5월까지는 이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센터 내 2층 작업장은 적막하기만 했다.
2층 작업장은 냉장실을 사이에 놓고 납품받은 반제품을 완제품는 만드는 제1작업장과 쟁반 위에 음식과 용기를 배열한 뒤 밀카트에 싣는 작업을 하는 제2작업장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두 곳 모두 폐업을 앞 둔 듯한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제2작업장 작업대 20개열 가운데 2개열만 10명여명의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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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제품으로 가득 채워져야 할 냉장실 3곳 중 1곳만 가동이 되고 있고 그나마 가동되고 있는 냉장실에도 반제품은 2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작업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항공기 출항스케줄 모니터는 대부분 운항이 취소되고 인도네시아 가루다 항공 1편만 운항함을 알리고 있었다.
(사진=자료사진)
밀카트를 푸드 트럭에 싣는 1층 아웃바운드 독(outbound dock)도 사정은 마찬가지.
기내에 있어야 할 밀카드가 2층으로 쌓아올려진 채 빈 공간을 채웠고,냉장실은 밀카트 대신에 기내에서 사용하는 커피 주전자 등 여러가지 기물에게 자리를 내줬다.
(사진=자료사진)
(사진=자료사진)
다른 냉장실은 미리 수입한 오렌지 상자로 꽉 채워졌다.
하인숙 기내식운영팀장은 "27년 동안 일하면서 사스와 IMF 등을 겪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경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구내식당에서 만난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여,52)는 "십여년간 근무했는데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고사직을 하면 항공수요가 회복될 경우 우선 고용을 보장한다고 들었다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