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이 15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발표 시청 후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1대 총선은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났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담한 패배였다.
여당의 압승에 대해 코로나19 덕으로 돌리는 분석이 있고, 실제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코로나 이슈가 여권의 실정을 삼켜버렸다는 것인데 하지만 이는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를 기록한 투표율은 유권자들이 한 표의 행사를 통해 꼭 말해야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준다. 유권자가 전염병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꼭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사실, 전국규모의 선거에서 한 당이 4번 연속 승리한 사례가 없다.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개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가졌다.
이번 총선의 경우 민주당이 20대 총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번 연속 압승했고, 또한 이번 총선이 대통령 임기 절반을 넘긴 시점에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의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나 견제보다는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훨씬 강했다.
막말 등으로 물의를 빚었거나 전 정권과 가까웠던 후보들을 줄줄이 낙선시키며 야당에 참패를 안겨준 선거결과는 사실상 통합당에 대한 탄핵의 성격이나 다름없었다.
총선 기간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탄식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설익은 경제정책, 조국파동, 내로남불,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이 보여 온 행태가 실망스럽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통합당은 도저히 찍을 수가 없다.” 이번 총선결과의 모든 것을 함축하는 한마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와 이어진 대선,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계속됐지만 유권자 눈에 비친 통합당은 어떤 반성도, 또 진정성 있는 쇄신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대신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꼬투리 잡아 역사의 시계를 탄핵이전으로 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시도만 반복할 따름이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청소년수련관 체육관에 마련된 목1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혁신과 헌신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은 고사하고 공천파동,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막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등 통합당이 보여준 행태는 중도층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특히 끊이지 않는 막말 파동은 이미 같은 막말로 물의를 빚은 후보들을 공천하면서 예견된 일이었고, 그런 사람들을 보란 듯이 공천한 행위는 반성도, 쇄신의 의지도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참 많은 사람이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까?
통합당이 총선참패를 딛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진정한 수권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총선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진정한 반성과 자기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정당으로 추락해 여당의 장기집권을 돕는 조력자로 전락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