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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나도 해열제로 버텨…" 택배포비아속 기사들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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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나도 해열제로 버텨…" 택배포비아속 기사들은 운다

    "코로나 검사? 2주 자가격리? 휴가 없는 택배기사에겐 남의 일"
    "대리 배달차 '용차' 비용이 수입의 두 배…울며 겨자먹기로 아파도 일 나가"
    "회사서 열체크는 초반에만…'방한용' 마스크 총 4장 받은 게 전부"
    "감염 위협 무릅쓰고 일하지만 고객들이 바이러스 취급할 때는 힘빠져"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새벽 6시 30분 쌀쌀한 아침 공기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식혔다.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더니 오늘 아침엔 열까지 났다. 걱정하는 아내의 얼굴을 뒤로 하고 A(40)씨는 택배차량의 시동을 켰다.

    마스크를 두 겹 겹쳐 한 탓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열감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가 주저하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소장님, B동 지역 담당하는 기사에요. 저 오늘 열도 나고 몸이 좀 안 좋은데요…"

    잠깐의 침묵 뒤에 시큰둥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 그래요? 몸 아프면 뭐…알아서 하세요. 용차 쓰려면 쓰고."

    하루 쉬면 일명 '용차'인 배달차를 불러야했다. 용차 건당 배달료는 1천 500원. 자신이 받는 800원보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을 줘야 한다.

    전화를 끊은 그는 주머니에서 감기약과 해열제를 꺼내 입 안에 털어넣었다.

    "발열 증상이 있거나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도 코로나19 검사는 커녕 자가격리는 꿈도 못 꾼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어서 휴가를 내고 쉴 수 없다.

    서울의 대기업 택배회사에서 기사로 일하고 있는 B씨는 "기사들은 정해진 구역이 있기 때문에 그 구역에 나오는 물량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발열증상나 코로나 증세가 있어도 검사받는 것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발열체크, 마스크 지급도 띄엄띄엄…식당서는 다닥다닥 모여 뷔페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택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하루종일 택배를 만지는 배송기사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전무한 수준이다.

    롯데와 CJ, 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사들은 비접촉 체온계와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해 택배기사들이 1일 2회 이상 체온을 체크하며 고객과 종사자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장의 상황은 달랐다.

    발열체크는 형식적이었고, 마스크 지급은 가뭄의 콩 나듯 했다는 게 기사들의 말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 C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초반에 발열체크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안하다가 3월에 확진자가 확 늘어날 때 센터에서 기사들 전원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며 "기사들을 모아놓으면 더 위험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니 직원이 직접 기사를 만나 열을 쟀다"고 전했다.

    경남 지역의 택배기사 D씨는 "열체크는 해본적이 한 번도 없고 손 소독제도 개인이 사서 쓰고 있다"며 "코로나 시작되고 지금까지 마스크는 총 4장 받았는데 그것도 감염방지 의료용이 아니라 두꺼운 면으로 된 방한용"이라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사례에서 바이러스 전파 통로로 지적된 구내식당도 이전과 변함없이 다닥다닥 붙어 식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한 택배기사는 "회사에서 기사들이 모여 밥 먹는 곳을 마련해 줬는데 밥이랑 반찬을 한 곳에 깔아놓고 개인이 퍼서 먹는 한식 뷔페"라며 "공간이 협소해 지그재그로 앉지 못하고 빨리 먹고 일을 나가야 해 서로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지역 곳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지만 '바이러스'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택배기사 C씨는 "박스 12개 정도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스크를 차에 두고 안 가져왔는데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아저씨가 갑자기 소리지르며 마스크 왜 안 끼냐고 화를 냈다"며 "짐 싣느라 너무 힘들어서 못 꼈다고 사과했는데 속상해서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기사 D씨는 "착불 택배를 배송하면 인터폰으로 바닥에 놓고 가라고 하고 착불비는 계좌로 준다고 한다"며 "기사들은 매일매일 겪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코로나 특수로 택배회사들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지만 일반 택배터미널 방역은 형식적 방역에 그치고 있고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쿠팡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고 빠른 배송이 아닌 현실적 지연 배송 정책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주 5일제 근무를 법제화하고 물류센터와 택배 허브 터미널 방역을 비롯해 노동형태에 따른 구체적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감독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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