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최근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교수·변호사 등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심의위가 1년 6개월간 벌인 검찰 수사를 재검토하게 된다.
대검찰청 산하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관련 운영지침도 대검 예규로 규정하고 있다. 2017년 말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찰의 과거 수사폐해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수사 적성성 확보를 위한 견제장치 중 하나로 도입했다.
고소·고발인, 피의자나 그 변호인,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은 관할 지검의 검찰시민위원회에 대검의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수사 계속 여부 △기소·불기소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적정성을 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에 따라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될 경우 심의위는 앞서 신청 가능한 취지 3가지 외에도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도 논의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달라며 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지만, 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의 신병에 대한 부분도 다뤄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심의위의 판단이 기존 수사팀의 결론과 크게 다른 방향으로 갈릴지는 미지수다. 대검에 따르면 심의위는 2017년 설치 후 이날까지 총 8차례 열렸는데, 대체로 수사팀 의견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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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울산지검이 경찰간부 2명을 상대로 진행한 피의사실 공표 혐의 수사와 관련해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한 심의안건이 올라왔을 때도 "계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사권 조정 등을 두고 검·경의 갈등이 치열하던 상황에서 검찰이 사실상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을 압박한 셈이라 심의위 판단이 특히 주목됐다. 그러나 심의위가 기존 수사팀의 손을 들어주며 수사 타당성을 확보해준 셈이 됐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방대한 분량의 증거를 분석해온 수사팀의 의견을 하루 이틀 자료를 본 외부위원들이 깨기는 쉽지 않다"며 "사실상 수사팀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절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8년 10월 충북 제천 화재 당시 진압에 소홀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들에 대해서는 심의위가 불기소 처분을 권고한 적도 있다. 해당 소방관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향후 다른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휘관이 책임을 지고 진압작전을 벌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들로 비공개 풀을 꾸려 운영하다가 이번처럼 심의 안건이 올라오게 되면 해당 사건 검토에 참여할 위원 1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이 자칫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심의위 요청을 한 것을 두고 여러 복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수사팀이 내부적으로 구속 기소 방침을 굳혔다는 전제 아래 외부 인사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법률가인 검찰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심의위원들이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상황을 감안할 수도 있다.
심의위는 지금까지 8차례 운영 중 딱 한차례만 결정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 사례다. 해당 사례에서도 심의위는 기소는 물론 구속영장 청구도 필요하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