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안보열전]주한미군 감축, 트럼프가 원해도 쉽게 못하는 이유

국방/외교

    [안보열전]주한미군 감축, 트럼프가 원해도 쉽게 못하는 이유

    2020년 국방수권법, 주한미군 2만 8500명에서 못 줄이도록 규정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하며 주한미군 축소 못 꺼내게 하기 위한 것"
    "해당 조항 관련 상하원에서 문제된 적 없어…초당파적 동의 받아"
    공화당 과반 미 상원도 "주한미군 상당 규모 철수 협상 불가" 강조
    한국 국방부 "감축 관련 한미 양국 논의된 사항 없다"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이 파장을 낳고 있다.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각) 독일 빌트(Bild)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리넬 전 대사가 또다른 미군 감축 대상 국가로 한국과 일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를 언급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축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이는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한 입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방수권법상 주한미군 2만 8500명 아래로 못 줄여

    2019년 말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안이다. 매년마다 1년 기한으로 만들어지며, 미국의 국가안보 문제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여기에 맞는 예산 규모를 책정한다.

    2020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률의 1254조(Section 1254)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관련된 제한 사항을 다루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주한미군을 현재 규모인 2만 8500명 아래로 축소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5월에 공개됐다. 그해 11월 미 상원은 이 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이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고,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반도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미군 철수(significant removal)는 협상 불가"라고 강조했다.

    일단 미국의 현행법상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불가능한 셈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해당 조항, 트럼프 주한미군 축소 카드 못 꺼내게 하는 초당파적 견제장치"

    일각에서는 국방수권법이 1년 단위로 만들어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를 고치는 식으로 감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방수권법의 해당 조항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동의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법을 통과시키려면 하원과 상원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미 하원은 현재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과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수권법이 지난해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으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에 관련된 부분이 쟁점이 되지도 않았고, 미 상원이 '상당한 규모의 미군 철수는 협상 불가'를 강조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초당파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는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법을 만들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이 쟁점을 많이 다퉜는데, 이 과정에서 1254조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양당 모두가 동의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2019년 국방수권법(NDAA 2019)에는 이 숫자가 2만 2천명으로 규정돼 있었는데, 현재의 규모인 2만 8500명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6천여명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고 따라서 이를 봉쇄하기 위해 해당 조항이 만들어졌다"며 "그리넬 전 대사의 발언을 굳이 이해하자면 해외 주둔 미군의 재조정 계획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다만 국방수권법에도 예외 조항은 있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축소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부합하고, 해당 지역의 동맹국들의 국가안보를 큰 폭으로 약화(significantly undermine)시키지 않는다는 점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들과 적절하게 협의했다(appropriately consulted)는 것을 상하원 군사위원회에 증명(certify)하면 예산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처와 관련해 마크 에스퍼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점도 감안해 보면 과연 그가 정치적 부담을 각오하고 이를 강행할 수 있을지에도 의구심이 남는다.

    한국 국방부는 12일 취재진의 질의에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 양국간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평가하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 왔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