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도를 넘어선 공세에 나서자 우리 정부도 강경 대응으로 전환하며 남북관계가 파국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남북관계의 최후 안전핀이라 할 수 있는 최고 지도자 간의 개인적 친분마저 파탄 지경에 빠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최종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제기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일 초강경 대남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김여정은 초강경 대남공세, 김정은 두문불출…계산된 역할분담 관측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축이 돼 연일 초강경 대남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두문불출하다시피 하고 있다.
물론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혈육이자 복심으로서 오누이 간에 고도로 계산된 역할분담 하에 움직이는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최고 존엄'의 속내는 따로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으로서도 혹시 모를 상황 변화에 대비해 김 위원장의 역할 공간은 남겨놓았을 것이고 따라서 남북관계가 극적 반전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7일 T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과거의 관계 이것을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지금 살려놓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김여정 부부장이 일종에 악역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두혈통' 남매인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3월, 김정은-김여정 하루 간격 상반된 메시지실제로 이들 '백두혈통' 남매는 지난 3월 초 불과 하루 간격으로 전혀 상반된 메시지를 발신한 전례가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3월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내고 남측을 거칠게 비난한 바로 다음 날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하는 친서를 보내왔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선 대북전략 재검토에 앞서 북한의 최근 강경일변도가 진정 김 위원장의 뜻에 따른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는 있다.
정부는 17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청와대가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력 비난하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엄중 경고하는 등 경우에 따라 강경책 전환도 불사하려는 움직임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외교안보팀 쇄신론이 고조되면서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결기를 내비칠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가 이날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경고한 것은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한 사전 맞불작업 성격의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내적으로는 성난 민심을 다독이며 9.19 합의 이행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와, 한편으로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본심을 빨리 내보이라는 촉구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북한이 오늘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17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마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친서교환 등으로 김정은 진의 파악 할 필요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조만간 친서 교환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의 진의 파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특사 파견 제의에서 보듯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자제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재개하고 특사 파견 제안까지 공개하는 무리수를 두는 상황에 비춰 전망은 밝지 않다. 남북의 상황이 3월 초와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진의를 파악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별로 기대할 것은 없다고 본다"며 "(최근 강경기조가) 김 위원장의 뜻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