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학교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성적평가제도 개선,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 연세인 총궐기 집회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은 일단 현금 직접지원은 곤란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대학을 통한 간접지원 등을 통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는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등록금을 받은 건 학교라 세금으로 현금 지원 어렵다"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국가가 아닌 대학에 냈던 것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등록금 반환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라거나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과 소통하면서 해결할 문제(교육부)"라는 정부 방침과 상통한다.
브리핑하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역시 이날 강민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당·정이 협의하겠지만 아무래도 대학의 자구노력을 강조하는 안이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은 당초 대학의 등록금 반환이 여의치 않자 학생 직접 지원을 고려해왔다. 이는 추경 예산 반영을 검토하라는 정세균 국무총리 긴급지시 이후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일단 다시 식는 분위기다.
◇학교에만 맡기기엔, 재정난도 심각물론 다른 방식의 지원은 계속 검토가 될 수 있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3차 추경안을 심의하는 과정에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대학이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거나 장학금 등으로 학생을 지원하면, 정부가 해당 대학을 돕는 우회적 지원 방식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학교에만 부담을 지우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 재정난도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을 대표하는 박찬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코로나는 어쩌면 내년 2학기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니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육 수요자에 대한 설득과 간접지원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통화에서 "등록금 문제는 통합당의 21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이었는데 민주당이 따라 한 것"이라며 "대학에서 반환하라는 게 원칙이지만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곳이 꽤 있을 테니 이 점을 추경에서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 입장에 보조를 맞춘 것이지만, 통합당 역시 지원 주체나 범위 등은 아직 내부 논의가 다듬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등록금을 돌려주는 데 정부와 대학이 50대 50으로 부담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회 원 구성 뒤 본격 심사
가장 까다로운 대목은 역시 재원 마련방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학생 1인당 대학의 한 학기 시설 운영비 80%를 기준으로 추산한 6200여억원을 추경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정청래 의원)이 나온다. 이는 애초 교육부가 요구했던 1900여억원보다 많고 정의당이 제안한 9천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정부가 35조원 규모로 제출한 3차 추경안에는 관련 예산이 빠져 있지만 국회가 원 구성을 마무리한 뒤 예결위가 꾸려지면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예산 추가분만큼 다른 예산을 깎기도, 규모 자체를 늘리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규모 자체를 늘리려면 재정당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기재부가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를 뚫어내려면 재난지원금 확대 때와 같은 지난한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금 지원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찮은 터라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