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제1445차 정기 수요 시위가 자유연대를 비롯한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단체의 자리 선점으로 기존 소녀상 자리에서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지난 10일 소녀상 앞에서 열린 수요 집회(위)와 24일 같은 자리에서 열린 자유연대의 집회(아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28년 만에 수요시위 장소를 옮기게 된 정의기억연대는 24일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연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1992년 1월 이래 28년 동안 매주 시위를 이어온 옛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 소녀상에서 약 10여m 떨어진 곳이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같은 장소에 선순위로 집회를 신고함에 따라 자리를 불가피하게 옮길 수밖에 없었다. 오전부터 비가 쏟아지는 악조건에서도 우산을 쓴 정의연 관계자와 대학생 단체 등 시민 2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2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연단에 선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인내와 파동의 역사를 묵묵히 견뎠지만,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하게 슬픈 오늘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둔 1992년 1월 8일 일본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시작된 수요시위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한 번 거른 것을 제외하고 500차, 1000차, 1400차를 넘겨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다"며 "이 자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이 만들고 끝끝내 버텨온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힘겹게 세상에 나와 역사적 진실을 위해 싸우다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유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자신들의 몸을 소녀상과 묶고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현장에서 만난 정의연 한국염 운영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 자리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저희처럼 30년을 이어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국민들이 욱일기를 들고 시위하는 저분들의 실체와 올바른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요시위를 이어갈 수 없는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온 만큼 끝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5차 정기 수요집회가 28년만에 처음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고 있다. 28년간 매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던 수요집회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에서 7월 중순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해 이날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사진=이한형 기자)
자유연대 등 관계자 100여명은 이날 원래 수요시위가 열린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 철거와 정의연 해체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400여명을 소녀상 주변에 배치했다. 자유연대 측 일부 회원이 수요시위를 향해 고성으로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편 전날 소녀상에 자신들의 몸을 끈으로 묶은 채 연좌농성에 들어간 대학생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20여명은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며 3차례에 걸쳐 해산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