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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 양보한다던 민주노총,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은 왜?



경제 일반

    임금 인상 양보한다던 민주노총, 최저임금 1만원 주장은 왜?

    민주노총, 노사정 대화에선 '임금인상분 양보' 먼저 제안
    최저임금 협상에서는 최저시급 1만원 요구안 내놔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 취지였지만…강경-온건 오간 모양새
    "민주노총 집행부가 내부 의견 모아 일관된 전략 선보여야"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화와 최저임금 협상에서 이슈를 선점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시상황'에 비견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하층 노동자를 돕겠다는 목표로 읽히지만, 온건 노선과 강경 노선을 오가면서 일관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이하 코로나19 노사정 대화) 2차 대표자회의에서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을 의제로 던졌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은 하청·파견 노동자를 위해 대기업(원청)과 중소기업(하청)이 각각 일정금액을 출연해 '공동근로복지기금법인'을 설립하면 출연금액의 100% 범위에서 정부가 최대 30억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민주노총의 주장은 올해 예정된 임금인상분을 미루는 대신 이를 취약계층 노동자를 지원하도록 위 제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상층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토대로 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제안에 노조 내부에서는 '투쟁' 없이 '양보'부터 내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영계가 '고용보장'을,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이나 '해고금지 원칙' 등을 거론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비판에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23일 언론브리핑에서 "(공동근로복지기금 제안은) 양보가 아니라 사회적 주체로서 책임, 역할로 기여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배태선 전(前) 조직실장은 "노사정 대화에서 어떤 내용을 제안할 것인가 내부 토론, 논의가 배제된 채 진행됐다"며 "정부와 경영계가 묵혀뒀던 노동개악 요구 전면화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양산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너무 가볍고, 동의되지 못한 제안이 나왔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노사정 협상 테이블의 또 하나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이 사실상 '최저시급 1만원'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2차 대표자회의가 열린 지난 18일 진행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최저임금 심의요구안'을 확정했는데,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 노동자 가구 최소 생계비 보장을 위한 월 225만원을 요구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만 770원으로, 올해보다 25.4% 인상된 금액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저임금 노동자 뿐 아니라 이들을 주로 고용한 영세사업장이나 실업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정면으로 거부한 요구안이다.

    심지어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공동 인상률·요구안을 제시하는 관례를 깨고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비난했다. 민주노총이 노동계 전체의 충분한 공감대를 얻기 전에 '최저시급 1만원 달성'을 전제했다는 데 대한 반발로 읽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송보석 대변인은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언론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안건을 설명한 것 뿐이고, 설명자료에도 노동계 공동요구안을 한국노총과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며 "한국노총에도 발표 전후로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코로나19 노사정대화에서는 '온건노선'을, 최저임금 협상에서는 '강경노선'을 각각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송 대변인은 "민주노총은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고, 노사정 대화에서 빠르게 합의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며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을 제안한 취지를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 요구안에 대해서도 "50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달린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사회적 대화의 어느 안건과도 맞바꿀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게다가 최저임금은 올해 심의하더라도 실제로는 내년에 적용되고, 폐기 위기에 놓인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측면도 고려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다소 전략적인 실수 아닌가 싶다"며 "큰 틀에서는 모순되지 않지만, 예컨대 최저임금 요구안을 내지른 것은 여론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노동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조합원 의견을 모아서 추진해야 하는데, 즉자적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관성 없이 서로 충돌하는 제안을 단순히 취합해 내놓고 있다"며 "집행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노동시장의 상황이나 조합원의 상황을 파악하고, 각 산별연맹과 가맹단체, 의견그룹 등의 의견을 모아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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