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석달 전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축포를 터뜨릴 때와 영 딴판이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몇몇 현안에서 불거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내에선 악재를 해소하고 각종 개혁과제를 완수할 돌파구 마련에 부심 중이다.
◇위기의 슈퍼여당경고등을 울린 건 '최악' 수준의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3~17일(7월 셋째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3%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전주보다 4.4%포인트 떨어진 반면 통합당 지지율(31.0%)이 1.3%포인트 오르면서, 두 정당의 격차는 4.3%포인트로 좁혀졌다. 통합당 창당 이래 가장 가까이 붙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도 44.8%에 그쳤다. 역시 전주보다 3.9%포인트 빠지면서, 이른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주 차(41.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故박원순·부동산 사태 악재 작용한 듯이번 조사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A씨 측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13일) 직후 닷새 동안 이뤄졌다. 당장 이 사건이 여권에 악재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부동산 문제가 민심 이반에 불을 질렀다는 분석도 많다. 청와대 참모의 '똘똘한 한채'와 여당 의원들의 다주택 보유가 "집값 잡겠다"는 메시지와 모순된 것으로 비춰지면서다.
최근에는 공급 확대 방안으로 검토된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여당 안에서도 조율되지 않은 말들이 여러 방향으로 흘러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됐었다.
유력 차기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고심이 읽힌다. 이낙연 의원은 20일 '박원순 사건'에 대한 당의 대응이 아쉬웠다는 지적에 "대처가 좀 굼뜨고 둔감했다"라고 평가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대책이 보다 촘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밖에 양정숙 의원 탈세 의혹,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관리 문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 총선 뒤 쌓였던 반발심이 차제에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피해자께 사과" 진화 나섰지만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 확보로 국정 운영 주도권을 확보하는 듯했던 민주당으로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살리고, 문재인 정부 하반기 개혁과제도 하나씩 완수하겠다던 계획에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당장 원내 일정만 해도 수세적인 국면에 몰려 있다. 뒤늦게 국회로 복귀한 미래통합당은 이번 주를 '슈퍼 위크', 즉 대목으로 보고 있다.
통합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21일)과 대정부질의(22~24일), 그리고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동산 문제와 박 시장 관련 각종 의혹을 정조준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일단 반발이 더 커지지 않도록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고위공직자 비위 관련 즉각 청와대에 보고하는 게 맞다(한병도)"는 등 수습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소속 광역단체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피해자께 사과드린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신? 원팀?…돌파구 있을까장기적으로는 민주당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잇단 현안 대응 과정에 민심과의 괴리를 충분히 좁히지 못했다는 자성이다.
차기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노웅래 의원은 "자정작용으로 걸러지는 역할이 너무 부족하다.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개인의 소신을 활발히 피력할 수 있는 당내 문화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럴 때일수록 잡음을 줄이고 '원 팀', '원 보이스'를 강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앞서 제출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 등을 활용해 검찰 개혁, 한국판 뉴딜 등을 입법적으로 뒷받침하자는, 비교적 공격적 전략이다.
역시 최고위원 선거에 나온 이재정 의원은 "혹여 뒤뚱거릴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재수 의원은 "실적과 성과를 내면 여론은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양자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절충론도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심을 파악한 뒤 하나의 메시지로 조율해야 한다(이원욱 의원)"거나 "장외에서 각개전투로 의견을 내기보다는 정책위, 상임위 등에서 격렬하게 토론하는 게 좋다(장경태 의원)"는 등의 의견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