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원 이탈 문제를 겪고 있는 학습지 회사들이 그 피해 부담을 고스란히 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5월까지 2년여간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로 활동한 A(41)씨는 1년 동안 매월 수십만 원씩 '유령회원'의 교재비를 메꿔야 했다. 사측이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탈퇴 회원 정리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가 탈퇴 회원 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학습지 교사는 개인 돈으로 탈퇴한 회원들의 회비를 메꿔야 한다. 이러다보니 코로나 확산은 A씨에게 직격타가 됐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회원들이 급격히 빠져나갔지만 회사의 지침은 그대로였다.
A씨는 "코로나 사태로 탈퇴 회원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초반에는 수업은 안 받고 교재만 받겠다는 회원들이 많았는데 코로나가 장기화하자 대부분 탈퇴하는 수순으로 갔다. 기존에도 유령회원을 떠안고 있었지만 코로나까지 더해져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 퇴회(탈퇴 회원 정리)를 요구하자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측은 내가 퇴회를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메꿔야 한다. 그래도 괜찮겠냐며 압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탈퇴 회원 수만큼 '유령회원'을 만들어내야 했다. 기존에 있던 회원들의 회비를 대납하거나, 탈퇴수 만큼 입회수를 늘리기 위해 지인이나 친척 등의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던 3~5월 사이, A씨의 유령회원도 순식간에 늘어나 전체 130여과목 중 50과목을 육박했다. A씨가 감당해야 할 유령회원의 회비는 월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5월 A씨는 재능교육을 퇴사했지만 사측이 회원 탈퇴 정리를 해주지 않아 입금 내역이 '전월미수'로 떠있다. 전월미수란 지난달 회비가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A씨가 이를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A씨 제공)
학습지 교사에게 부당영업을 강요하는 사례는 재능교육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학습지 회사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교사가 유령회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공부방에서 학습지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기본으로 30과목 이상의 유령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지속되면서 학습지 교사들의 부담은 더 가중됐다. 탈퇴 회원의 급격한 증가로 떠안아야 할 유령회원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령회원 탓에 정부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나 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특고∙프리랜서에 해당해 소득이 일정 수준 줄었다는 점을 소명하면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탈퇴 회원을 유령회원으로 채워 넣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 때문에 소득 감소를 소명하기 힘든 교사들이 많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원 10명 중 1명이 이런 이유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 오수영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습지사 한 두 곳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사들이 노조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 대부분이 몇 달씩 탈퇴 회원을 정리하지 못해서다. 급여도 생활이 힘들 만큼 낮지만, 유령회원을 만들도록 하는 등 회사의 실적 압박도 커 교사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불합리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능교육 측은 해당 사안을 조직장 등 중간관리자 급의 개인 일탈로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사측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탈퇴 회원 유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교육 및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 관련 건으로 문제를 일으킨 조직장들을 징계하기도 했다. 앞으로 해당 사안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