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참사의 사상자가 5천여명으로 급증했다.
베이루트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부장관은 5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폭발 사망자가 135명, 부상자가 약 5천명으로 각각 늘었다고 밝혔다. 수십명은 실종 상태다.
이번 참사의 피해액은 150억달러(한화 17조 8천여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에 이를 전망이다.
미 CNN은 헤드라인 기사의 제목을 'Beirut will never be the same again(베이루트는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잡았을 정도다.
◇용접 불꽃에서 시작…테러 아닌 인재(人災)일 가능성 농후참사의 원인은 테러가 아닌 인재(人災)로 좁혀지고 있다.
레바논 방송 LBCI는 최고국방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인용해 근로자들이 문을 용접하던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불꽃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레바논 정부는 항구의 항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이 대규모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창고에 안전하지 않게 보관돼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관세당국이 화학물질을 치우라고 요구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배드리 다헤르 관세청장은 밝혔다. 이같은 명령이 이행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레바논 당국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용접 불꽃이 대규모 인화성 물질에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레바논 최고국방위원회는 폭발 참사를 조사한 뒤 닷새 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이 히로시마 원폭의 10분의 1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하고 "의문의 여지없이 역사상 가장 큰 비핵폭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레바논 언론에서는 베이루트 폭발의 충격파 세기가 히로시마 원폭의 20% 이상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수천톤 질산암모늄 왜 6년간 항구에?문제의 질산암모늄은 2013년 압류된 선박에서 하역된 뒤 베이루트 항구의 한 창고에서 6년여간 보관돼 왔다.
베이루트 항만청장과 관세청장은 "항만 안전을 위해 해당 물질을 수출하거나 판매해 달라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하산 코레이템 항만총괄관리자는 인터뷰에서 "법원이 처음 창고에 보관 명령을 내일 때 이 물질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레바논 최고 국방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라울 네흐메 경제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능하고 잘못된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과거 정부에 많은 책임이 있다"며 "폭발 참사가 일어난 후에도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지에 대해 침묵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마날 압델 사마드 정보부 장관은 지난 2014년 6월 이후 질산암모늄을 보관하고, 서류를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 모든 항만 관리들에게 가택연금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담당자들에게 관리 책임을 물리는 조치가 레바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인화 물질이 도심 한복판에서 6년간 방치될 정도로 레바논 행정당국의 위기 경보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정부 전체에 만연된 무능과 무책임이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베이루트 폭발 사태의 여파로 유엔 특별재판소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판결은 이달 18일로 연기됐다.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