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태국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이 공개되면서 적나라한 아동학대 행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AP 통신 등 외신과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방콕 인근 논타부리 주에 있는 대형 사립학교 사라삿 위따엣 랏차프룩의 유치원 교실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한 아이가 이상 행동을 하며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자, 그 부모가 유치원을 찾아 상담하는 과정에서 CCTV를 본 것이 발단이었다.
CCTV 영상에는 오누마 플롯쁘롱(30)이라는 여교사가 유치원 아동들을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누마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다른 아이의 머리를 책상에 찧는 장면도 포착됐다.
당시 교실에는 보조 교사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아 분노를 키웠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들이 각 교실의 CCTV를 추가로 요구해 들여다본 결과, 이 교사만이 아니라 다른 교사들에 의한 아동 학대도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대는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는 유치원생이 대상이었다.
학부모들을 대리하는 변호인에 따르면 한 보육교사는 8일 동안 20차례 이상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어떤 보육교사는 두 살 아동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검은 쓰레기봉투로 머리를 덮어씌우면서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똑같은 벌을 받게 된다고 다른 아동들을 위협하는 장면도 CCTV에 있었다고 변호사는 전했다.
한 학부모는 오누마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면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다른 학생들 앞에서 딸 아이의 바지를 벗긴 것도 참을 수 없지만, 필리핀인 남성 교사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더 용납할 수 없다고 학부모는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현재까지 보육교사 및 보조 교사 등 총 13명에 대해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아동학대 사례만 수 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 30여명도 신체 학대와 불법 감금 등의 혐의로 해당 교사들을 고소했다.
동시에 학교 측과 교사들을 상대로 피해 아동 한 명당 500만 밧(약 1억8천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이번 일로 교내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휘두르는 폭력 문제도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일부 고교생들은 최근 집회를 열어 교사들의 폭력 금지 등을 포함한 교육 개혁을 촉구했다.
태국 교육부도 최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만연한 '체벌 문화'가 쉽사리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