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관련 현역의원 차출에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내며 결국 기존 후보들 간 경선으로 수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참신한 외부인사 발굴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가운데 연말 전에 먼저 판을 깔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막판까지 새 인물 등장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깜짝 카드' 발굴 지지부진…'판 깔기' 돌입한 김종인, 현역 배제에 무게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김무성 전 의원이 이끌고 있는 보수진영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일명 '마포 포럼'에 연사로 나섰다. 김 위원장은 재집권 플랜 관련 내용을 준비했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의 관심은 내년 4월 보궐선거에 쏠렸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작 '새 인물'에 관한 김 위원장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전직 의원은 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특정인에 대한 그런 이야기는 없었고 누구든 스스로 나와서 자신을 알려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의원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특유의 애매한 화법 그대로였다"며 "결국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만 하고 과거처럼 '40대 경제전문가'니 하는 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후보군과 관련해 현역 의원 차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현역이 나가면 국회의원 선거를 새로 해야 하니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했고, 김 전 의원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5분 발언' 윤희숙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론 김미애‧박수영 의원 등 당내 초선 의원들을 언급해왔단 점을 고려하면 기류가 변한 셈이다. '참신성'을 최우선 기준에 두면서 외부 인사를 비롯해 당내 초선들의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역은 배제에 무게를 두면서 후보군 형성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기존 인사들 중 서울시장 후보군은 오세훈 전 시장과 김성태‧김용태‧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김선동 사무총장, 권영세·박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안 대표를 향한 김 위원장의 '선긋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인사들과 외부인사를 포함해 연말 전 경선 로드맵을 내놓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처음부터 당내 의원들은 초선 출마설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었다"며 "광역단체장이란 큰 판에선 현실적으로 정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미스터 트롯? 대선후보 경선 변형?…'경선 룰' 논의 착수하나경선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김 전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를 기반으로 한 소위 '미스터 트롯'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변형한 순회 경선에 무게를 뒀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각 자치구별로 돌면서 후보자들이 토론 후 시민들이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난 8일 포럼에 참석했던 한 수도권 전직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미스터 트롯' 방식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며 "차라리 각 자치구별로 돌면서 지지율에 따라 결정하는 건 어떠냐고 자기 생각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의원도 "김 위원장이 말한 순회 경선 방식도 결국 당원과 비당원 투표 비율이 중요하다"며 "그런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논의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과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경제법과 노동개혁안은 별개 사안으로 보고 각각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인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한 '토양 다지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기획단장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한 유일호 전 의원을 내정했다. 선거기획단은 오는 12일 첫 회의를 열고 경선 방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 문제가 가장 관건이라 경제부총리를 역임했고 중량감 있는 유 전 의원을 내정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유 전 의원에게 선거 기획단장 자리를 맡긴 것을 두고 논란도 예상된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선거 전까지 '탄핵'으로 분열됐던 당내 세력의 통합을 위한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