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내장상동 송령마을에 세워졌던 '전두환 대통령 각하 송산동 순방 기념비'. (사진=자료사진)
전북의 한 농촌 마을 주민들이 총회를 열어 투표 끝에 '전두환 방문 기념비'를 철거했다. 5·18 민주화 운동 40년, 전두환 씨 방문 비석이 세워진 지 37년 만이다.
16일 정읍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내장상동 송령마을 주민들은 '전두환 방문 기념비'를 철거했다.
지난 8월 송령마을 모정에서 주민 총회를 열고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명이 '전두환 방문 기념비' 철거를 찬성했다. 이 마을엔 143세대, 163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송산동 순방 기념비'라고 적혀 있는 비석은 지난 1983년 1월 2일 전두환 씨가 송령마을 방문을 '기념한다'는 의미로 세워졌다. 1985년 1월 당시 주민 등이 성금을 모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석 철거 전후 모습. (사진=자료사진)
비석의 뒷면에는 '전두환 씨가 새마을 훈장을 받은 마을 주민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금일봉으로 1030만 원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돈으로 마을의 경제 기반을 다지는 한편, 전두환 씨가 다년간 1월 2일을 주민의 날로 정하고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갖기로 결의했다'는 내용도 새겨졌다.
그간 이 전두환 씨 방문 기념 비석에 대한 시각이 갈리면서 조기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마을에 방문한 상징성이 있는데 굳이 철거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과 함께 "독재자 흔적의 청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전두환 방문 기념비' 철거를 위한 총회를 열었다"며 "마을 주민 대다수가 아픈 역사를 지우자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정읍시는 철거된 전두환 씨 방문 비석 자리에 주민의 뜻에 따라 체육 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권대선 민족문제연구소 정읍지회장은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과거에 설치한 '전두환 방문 기념 비석'을 철거한 건 큰 의미가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독재자들의 흔적을 지우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