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검찰 내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예정된 수순이 아니겠냐"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감지됐다. 총장 직무정지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법정싸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유일한 기소독점 기관으로서 지녀야할 위상과 명분마저 상실했다는 한탄도 나왔다.
추 장관은 24일 저녁 6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는 한편,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결과 여러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는 것이 직무집행 정지 명령의 이유였다.
이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협조 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등이 비위행위로 확인됐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해 오늘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가 현실화 되자 검찰 개혁 방식을 비판해 추 장관으로부터 이른바 '좌표공개'까지 당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추 장관의 결정을 '폭거'로 규정했다.
이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라며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하여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검찰 개혁이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이 SNS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여권 인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직무집행 정지 명령까지 이르게 된 사유가 너무 빈약하고 근거도 취약하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특히 비위 혐의에 대한 총장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감찰 결과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터질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지방 검찰청의 한 차장 검사는 "거의 고발장 들어오자마자 기소한 셈이다. 시나리오를 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옛날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진심으로 반성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날 감사결과가 발표직전 청와대에 보고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망감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지방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대통령도 추 장관에 의해 검찰이 망가지는 상황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시점이 문제였지 다들 예상하고 있던 조치 아니었겠느냐"고 허탈감을 나타냈다.
윤 총장이 법적 대응 방침으로 법무부 대검간 법정 싸움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자조감도 눈에 띄었다. 전직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 코로나로 전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법무부는 총장 내몰기에만 골똘하고 있는 모양새다. 무리수를 남발하며 총장과 장관이 법정싸움을 하는 지경까지 가다니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