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청구 조치의 파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법원이 30일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멈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문을 진행한다.
그 결과는 강경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추 장관과, 법적대응으로 맞서고 있는 윤 총장 중 한 쪽 행보에 힘을 싣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이 장관과 총장 간 초유의 강 대 강 대치구도를 1차 판가름 할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정지 처분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하며 그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 달라고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일정엔 윤 총장은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윤 총장 쪽에선 법률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와 이석웅 변호사가, 추 장관 쪽에서도 법률대리인들이 대신 출석할 전망이다. 추 장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변호를 맡았던 이옥형 변호사 등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원이 윤 총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윤 총장은 본안소송격인 직무집행정지 취소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보통 집행정지 신청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처분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지만, 이번엔 추 장관 처분의 근거에 대해서도 1차적 판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안이 중요한 만큼, 처분의 근거가 된 윤 총장 혐의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판단이 두 사람 행보의 명분과 직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측은 재판부를 의식해 추 장관 처분의 주요 근거가 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칠 전망이다. 이 의혹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올해 2월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의 개인정보와 세평 등을 문건으로 만들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이 이를 반부패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골자다. 추 장관은 해당 문건을 '사찰 문건'으로 규정한 반면, 윤 총장은 '업무 문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 판단이 나오는 시점조차도 민감한 변수로 여겨진다. 추 장관이 소집하기로 한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정하는 징계위 전에 법원이 결론을 내놓게 되면 징계위 의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로선 법원이 심문 당일 혹은 그 다음날(다음달 1일)에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과, 보다 종합적인 판단을 위해 징계위 일정 이후 결론을 낼 것이라는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
징계위에선 위원장인 추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에 대한 해임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가, 징계위원 중 대다수가 추 장관이 지명 또는 위촉하는 인사여서 해임 의결이 강행될 수 있다.
윤 총장으로선 징계위 전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재판부에 '관련 절차를 빨리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심문기일 전날까지도 보충준비서면을 내는 등 논리를 가다듬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해당 서면에 판사 사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 이번 감찰과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추 장관이 감찰에 대한 적정성 등을 논의하는 법무부 감찰위원회를 '패싱'한 채 징계위를 소집한 게 정당한가라는 논란 끝에 결국 감찰위 임시회의가 징계위 바로 전날인 1일 오전 10시에 비공개로 열리게 됐다. 다만 감찰위 논의 결과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 조치여서 징계위 결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