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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샷' 요구에 성추행까지…당근마켓 '성범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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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샷' 요구에 성추행까지…당근마켓 '성범죄 주의보'

    • 2021-01-04 05:10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성범죄 사례 늘어
    여성 물품 판매자 표적…챡용샷, 만남 요구 등
    예상치 못한 성범죄 피해 '증거 확보'도 어려워
    신종 성범죄 수법 늘어날듯…예방 및 방지책 필요

    그래픽=고경민 기자

     

    월 사용자 수가 1천만명이 넘는 인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성범죄 주의보'가 필요해 보인다. 물품 거래를 명목으로 접근해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성추행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성범죄 피해로 증거 확보를 못해 수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 성범죄가 더욱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방 및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물품 판매자 "성추행 피해"…착용샷·만남 요구도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최근 당근마켓에 여성 옷을 판매하기 위해 게시글을 올렸다. 며칠 뒤 한 이용자가 "중고의류, 가방, 신발, 수영복 등을 매입하고 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이용자는 "상품은 실제로 확인해야 되며 판매자 분께서 가격을 말해 주면 된다"며 "입금은 3~7일 정도 소요가 되고, 입금 확인이 되면 그때 물건을 택배로 보내 주면 된다"고 밝혔다. 자신이 전문 매입 업체 소속 직원이라며, 직접 상품 사진을 찍고 가격 책정도 해야 하기에 집에 방문을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간 옷 거래를 여러 번 해왔던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런데 집으로 찾아 온 이용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해당 이용자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여성 옷만 판매해서 거래할 때 항상 여성들과 거래했고, 이번 이용자도 말투도 여성에다가 회원 정보 갤러리에 여성 옷도 있어 깊게 생각 못한 것이 불찰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단순히 남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이용자를 무작정 돌려보내긴 쉽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온 이용자는 실제 전문 업체 직원처럼 물건을 나열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별일 없는 정상 거래일 것이라 안심했지만, 이윽고 사건이 발생했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사진을 찍다 잠시 쉬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마사지를 요구했다"며 "그때부터 성추행이 시작됐는데 머릿 속이 하얘지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해당 이용자는 A씨가 판매 옷을 입은 '착용샷'을 요구해 찍어가기도 했다. 당시 두려워 신고를 못했던 A씨는 이틀 후 강제추행 혐의로 이용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B(27·여)씨 역시 여성 옷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렸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매자는 메시지를 보내 "실착(실제 착용) 사진을 보고 싶다"고 했고, 이에 B씨는 의류 모델이 옷을 입은 사진을 첨부해 보내줬다.

    하지만 구매자는 "모델 말고 판매자 실착 사진을 보고 싶다"고 재차 요구했다. B씨는 "느낌이 뭔가 이상해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물어보니 말을 얼버무리고 대화가 끊겼다"라고 밝혔다. 께름칙했던 B씨는 즉시 해당 이용자를 고객센터에 신고했다.

    당근마켓 게시판 등에는 성범죄를 주의하라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주로 여성 옷, 물품 등을 판매하는 여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성추행을 하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자꾸 쓰던 스타킹을 팔라고 유도하는 변태를 신고와 차단했다"며 "중고를 새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산다고 하고, 말하는 것도 누가봐도 여자가 아니다. 다른 분들도 조심하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중고 옷, 가방, 신발 다 매입한다고 연락을 줬는데 피팅사진을 요구했다"며 "이후 약속시간 때문에 남편이 거래를 대신 갈 것 같다고 연락을 보내니 거래한다 해놓고 결국 잠수를 탔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거래가 끝났는데 '술 한잔 하자', '집에서 차나 한잔 줘라' 등으로 요구하거나, '만나보고 싶다', '거래할 테니 모텔로 와라' 등의 메시지를 받는 사례도 포착됐다. 최근에는 한 여성이 옷을 팔기 위해 게시글을 올렸는데 한 이용자가 '돈을 더 줄 테니 설문조사를 해달라'면서 성폭력 내용이 담긴 질문을 보내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근마켓에서 여성 물품 판매자에게 '착용샷'을 요구하는 피해 사례. 당근마켓 게시판 캡처

     

    ◇증거 확보도 어려워…예방 및 방지책 필요

    이처럼 당근마켓에서 성범죄 피해 사례들이 늘고 있어 예방책과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내세워 지역 기반의 거래를 연결, 인기를 끌었지만 주거지가 노출된다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리케이션 기반 플랫폼으로 거래를 간편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익명성에 기반해 신원 파악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성범죄를 당했어도 수사나 처벌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도 상당하다. 거래를 진행하다 예상치 못하고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일인만큼, 증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A씨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은 수사 초반, 수법상 '신종범죄'로 판단했지만 결국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불기소 의견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민숙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당근마켓 이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신분을 속이거나 익명성에 숨어 신종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를 한다고 안심시키면서 착용샷을 받은 뒤 유포한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성추행을 저지르더라도 로그아웃이나 회원 탈퇴 등을 해버리면 신원 특정도 어려워져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집 주변에서 거래를 하는 특성도 있고, 성범죄도 발생할 수 있으니 당근마켓 측에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지속적 공지나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에서도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 특성을 감안한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근마켓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월별 게시글 수만 1천만건이 넘어가고 이용자도 늘어나 거기에 비례해 다양한 유형의 신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되는 대상자는 별도의 신고 기능으로 접수해 범죄 사실 판단 및 수사기관 연계 등 발견 즉시 조치하고 있고 서비스 이용제한까지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를 진행함에 있어 채팅에 개인정보 등 문제가 되는 소지의 글이 있으면 경고 메시지가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며 "타인 명의로 가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등 불법 사용자 방지를 위한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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