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손실보상법' 제도화 논의에 탄력이 붙은 가운데, 정세균 총리는 26일 보상 기준과 관련해 "소급 적용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피해에 대한 보상보다는 앞으로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에 따른 불가피한 손실만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란 목적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협의회를 갖고 손실보상 제도화를 협의한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이는 방역 지침 등 행정명령에 따른 소상공인의 지난해 피해까지 모두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상하도록 할 경우, 관련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상의 경우 수혜적 성격으로 때에 따라선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호소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이날 정 총리는 전체적인 손실보상 기준에 대해서도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도화하는 방안을 현장 의견을 세심히 살피면서 중기부 등 관련부처와 함께 검토해 달라"고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도 전날 지시한 '국가재정 범위 내 손실보상' 원칙을 명확히 하고, 국가 예산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해 난색을 표한 기획재정부의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당 보상'의 의미부터, 보상 기준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국가재정 범위 내 손실보상'이란 원칙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추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 총리는 이날 협의회에서 신속한 정부안 마련을 위해 '원팀'을 강조하며 홍 부총리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기재부와 각을 세우기보단 당정이 2월 내 입법화를 잠정 목표로 잡고 있는 만큼 신속한 법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정세균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연합뉴스
정 총리는 홍 부총리에게 "손실보상 법제화와 관련해 어제 대통령께서도 지시한 만큼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손실보상 기준 등 제도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손실보상 기준 등 제도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며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에 정 총리는 국무총리공관에서 손실보상법을 주제로 목요대화도 진행한다.
'목요대화'는 정 총리가 경제, 사회, 노동 분야 각계 각층과 만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 논의하기 위해 취임부터 매주 마련한 자리다.
정 총리는 이날 만남을 통해 손실보상법 제도화에 머리를 맞대 논의를 구체화하고, 공론화까지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목요대화에는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기재부 1차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의원에 더해 소상공인 업계 대표, 경제 전문가들도 한 자리에 모인다. 손실보상 제도화 관련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