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의 한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이 먹는 음식물에 모기기피제,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학부모 중 한 명은 지난 27일 가해 교사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자는 "밥과 반찬을 더 달라는 아이들 영상을 보면서 부모들은 이미 일어난 일인데도 먹지 말라고 소리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며 "가해자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아이들의 급식에 액체와 가루를 넣고는 손가락을 사용해 섞었고, 기분이 좋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여유로운 몸짓까지 보였다"고 분노했다.
학부모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해 교사 역시 직위해제에 반발해 변호인단을 꾸려 '직위해제 취소신청'까지 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현재 피해 당사자인 아이들이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아이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피해 학부모와 직접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던 피해 학부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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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당한 아이의 상태는 현재 어떤지?=일단 아이에게 (추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모르겠다. 치사량이 아닌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양이지만 장기간 복용했을 때는 신체가 망가질 수도 있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늦었다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만큼 나빠졌을 수도 있었다.
-총 17명이 피해를 당했는데 아이들은 각자 어떤 증세를 보였는지?=아이들이 두드러기 증상과 함께 두통을 호소했다. 저녁 10시가 넘어도 활발하던 아이가 갑자기 오후 6시쯤부터 잠들기도 했고, 쌍코피를 20분간 흘린 아이도 있었다. 눈 흰자가 사마귀처럼 부풀어오른 아이도 있었고, 평소 변비였던 아이가 설사를 계속 하기도 했다.
-아이들 건강검진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사건인지 후 한 달이 지난 12월 23일 (섭취물질이 무엇인지 알고 나서야)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사건인지 후에 바로 건강검진을 하고 싶었지만, (섭취)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검진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검사를 하더라도 병원에서는 섭취한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국과수 결과를 일단 기다렸다. 이후 국과수 결과에서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이야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피해를 당한 17명의 아이들의 알레르기·림프구 수치는 (정상과) 다르게 나왔다. 알레르기 수치는 최고 14배까지 나왔다.
-국민청원글에서 관계당국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점이 가장 큰 불만이었나?=아이들의 알레르기·림프구 수치가 비정상인데도 의사는 애매한 답변과 함께 유해성분 때문이라는 소견서를 써주지 않았다. 소견서를 써주지 않으니 교육청에서도 알레르기 수치 이상과 이번 사건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며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계면활성제, 모기기피제와 함께 미상의 가루도 넣었다고 하는데 무엇인지 밝혀졌나?=제가 봤을 때는 (세탁) 가루세제 같다. 정확하지는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특수 아동에게 먹인 것도 가루세제 같다. 가루를 미상의 액체와 섞기도 한다.
-교사의 범행동기는 아직도 안 밝혀졌나?=그 사람(가해교사)만 알 것 같다. 그 사람은 정상 아니다.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교사가 정신이상자로 보였나?=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너무 싫다. 정신이상자라면 감형될 수도 있지 않나. 일각에선 감형을 위해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다는 소문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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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조사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경찰을 100%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조사는 제대로 하지 않았겠나. 현재 4차 조사가 끝났고 다음주쯤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 다음주엔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가해자가 사건 이후 떳떳하게 증거를 인멸하러 유치원에 돌아오지 않았나.
-적용된 혐의는 무엇인가?=아동 학대 혐의다. 최근 아동 학대 조사에서 '학대가 맞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해교사가 '직위해제 취소' 등 대응을 하는 것 같던데?=가해교사가 변호인단을 꾸려서 대응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는 상태이며 4차 조사 당시 경찰서 앞에서 기다렸는데, 쭈뼛쭈뼛 다가오는 가해교사를 보고 항의했더니 '저는 아니다. 모른다. 억울하다'면서 조사를 받으러 갔다. (교직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 같다.
-사건이 일어난 유치원 원장의 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학부모들과 소통은 잘 되고 있나?=소통 안 한다. 엄마들이 유치원 CCTV가 필요하다며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원장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절차상 문제를 따졌다. 또 아이가 화면에 나오는 영상이라도 가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엄마들은 가해자를 모자이크 처리한 영상을 받아야 하고, 모자이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들었다. 경찰 측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도 했는데 이조차도 거부 당했다. 실제 아동학대 건으로 CCTV를 받으려면 몇 개월이 걸린다더라.
-사건 진행 과정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원장이 협조적이지 않다. 학부모가 '건강검진을 빨리 해달라'고 하자 원장은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절차가 복잡하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또 하루는 긴급회의에 참석을 하던 서울남부교육지원청 안전관리담당자(장학사)가 있는데 오지 않아 원장에게 왜 안 오는지 물어보니 '별로 특별한 사안도 아니고 주말이라 오지 마시라고 했다'고 답변하더라. 현재는 유치원에 기자들이 많이 와 출근도 안 한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