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방치 및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1심에서 1년간 구금생활을 한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이한형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은폐하고 각종 불법사찰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3년 감형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특별감찰관법위반‧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 대해 일부 직권남용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은 1심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징역 2년 6개월을 불법사찰 관련 혐의들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국정농단의 단초가 된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는다.
아울러 자신의 부인에 대한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을 개시하자 직원들의 현장조사를 중단시키는 등 직무수행을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하고 역으로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이 전 감찰관을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있다.
앞서 1심은 우 전 수석의 주요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상당 부분을 무죄로 뒤집었다.
우선 국정농단 방조와 관련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은 민정수석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비서실 직원이나 비선실세(최서원씨)와 연계하여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며 "별도 지시가 없는 이상 민정수석에게 적극적인 감찰 의무가 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한형 기자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비위행위의 존재나 안종점 전 수석, 최씨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비위행위의 진상을 은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전 감찰관과 관련한 혐의 중 위력으로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사용한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행위로 특별감찰관실의 직무수행에 방해될만한 결과나 위험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법사찰 관련 일부 직권남용죄는 유죄로 인정했다.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의 비위 정보 등을 국정원에서 사찰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 2가지에 대해서다.
재판부는 2가지 죄명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우 전 수석이 과거 구치소에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우 전 수석은 선고 직후 "수사 계기가 됐던 국정농단 방조 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왔다. 특검과 검찰은 제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2년 4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내용 전부를 범죄로 만들어 기소했는데, 왜 그렇게 무리를 했는지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