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금태섭-안철수. 연합뉴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제3지대의 TV토론 파열음과 국민의힘의 경고음이 교차하며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갈등이 격화될수록 단일화 피로도는 높아지고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도 농도가 옅어질 수 있지만, 이목은 더 집중되는 분위기다.
15일로 예정됐었던 안철수-금태섭 후보의 첫 TV토론은 "특정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던 두 후보의 공언에도 불발된 뒤 오는 18일에 열기로 이날 합의했다.
무산의 표면적 이유는 토론 형식과 매체 선정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실무협상 단계에서 유불리를 철저하게 따진 수싸움이 펼쳐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TV토론의 변수를 줄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경쟁력을 발판으로 2단계 단일화 채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상대방만 보고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흠집이라도 내겠다는 생각은 결국 여당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은 후보자들이 주도권을 주고받는 형식의 토론을 희망했다. 방식이 열려있을수록 상대를 몰아세울 공간이 더 넓어진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저쪽에서 (토론의) 안을 안 내고 있다. 선관위 문제를 왜 지금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민들 앞에 선택권을 드릴 수 있도록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에 맞서 "금 후보 측은 사회자 역할은 단순한 시간 관리 정도만 하자는 입장"이라며 "주제 없이 묻지마 토론을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사회자 공통 질문과 답변과 함께 주도권 토론 방식을 이어가는 방식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오후 실무협상을 재개해 절충점을 찾았다.
모두 발언과 사회자 질문(20분), 주도권 토론(20분), 정치·정책 분야 자유토론(40분)을 거쳐 마무리 발언을 하는 형태다.
이날 부산을 시작으로 이달 하순까지 토론 릴레이를 이어가는 국민의힘은 단일화 이슈가 당 밖에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단일화는 한 사람의 개인기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모두의 팀플레이로 이뤄지는 4월 보궐선거의 필승전략"이라며 "행여나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존·공멸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후보 간 토론에 대해 “시민들이 후보의 면면을 충분히 잘 알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자칫 후보 유리하게 되지 않도록 토론 방식, 소통 방식 등이 공정하게 관리돼야 결과에 모두 깨끗이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3지대 단일화의 토론 방식이 향후 국민의힘과의 2단계 단일화 국면에서 선례가 되는 걸 견제하면서 공평과 공정, 결과의 승복이라는 원론을 내세워 우회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안 대표가 가장 먼저 제안한 '서울시 연립정부' 구상을 국민의힘 나경원, 오세훈 후보가 '공동운영'으로 화답하고, 금 전 의원도 '협치의 모델'로 평가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