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중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백신접종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 것과 달리, 의협과 함께 의료계 양대산맥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병협)는 "백신접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병협은 24일 "전국 모든 병원들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 백신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년동안 전국민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협조를 한 덕분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 기간 동안 잠시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미루고 오로지 백신 접종에만 전념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의협의 '백신접종 보이콧' 엄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의협과 대응방식 엇갈린 병협…이유는?의협과 병협간 의견이 엇갈린 배경은 뭘까. 의협은 개원의(동네의원)들이 주류인 반면 병협은 병원장들로 구성돼 있다.
두 협회 회원 모두 의사인 데다가 의료정책과 관련해 병협은 과거부터 큰 틀에서 의협과 의견을 일치해왔다. 하지만 개별 안건에 대해서는 정부와 별도로 협상하는 등으로 대응방식을 달리 했다.
상당수 경증 환자를 돌보는 동네의원과 달리 중증환자 위주인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들의 의료행위 자체는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대화하는 최대집 의협회장과 임영진 전 병협회장. 연합뉴스
실제 지난 2017년 발표된 이른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도 의협은 대책 발표 이후 내내 강력히 반발하며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진행하는 등 자리를 박찼던 반면, 병협은 입장을 유보한 채 각론에서 실질적 이득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당시 의협 측은 '문재인 케어'로 건보 보장성이 강화돼 의료비가 줄어들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릴 수도 있다며 1차 의료(동네의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학병원장과 의료원장이 주 회원층인 병협은 의료강화 대책에 병협이 소외됐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경희대 의료원장이자 병협회장이었던 임영진 전 회장은 의협의 강경투쟁 노선에 대해 "여러 부분에서 의협과 의견을 같이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각 협회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협과 병협의 임원진을 살펴보면 의협은 수장인 최대집 회장(최대집의원 폐업상태)을 포함해 개원의가 다수다. 병협은 정영호 회장(한림병원장)을 필두로 대학병원장, 의료원장, 중소병원장들이 집행부를 이루고 있다.
◇'간호사 백신접종 허용' 정치권 목소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한형 기자
의협이 개정안에 반발해 백신접종 보이콧을 엄포한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3일 간호사에게 코로나 백신접종 권한을 임시로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간호사 등에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자"며 "의협은 국민건강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특권을 국민생명을 위협해 부당한 사적이익을 얻는 도구로 악용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의사들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도 백신은 꼭 접종을 해야 한다. 고민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왼쪽)·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코로나 사태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의 협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의사에게 독점 부여한 진료권을 일정 부분 다른 의료인에게 허용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감염병 확산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간호사가 경미한 의료행위를 단독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또한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한의협은 같은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 개정안과 국민 생명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이 둘을 연관지어서는 안 된다"며 "백신 접종에 참여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자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살인, 성폭행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서는 이미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며 "입법의 취지와 국민적 요구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한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