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공사·공단·공기업 직원의 목에 방울을 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시민단체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두고 "예견된 참사"라며 국회가 즉각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투명성기구는 16일 서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통제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며 "전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해 부정부패를 사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기본적 제도로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이달 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여당을 겨냥해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공수표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며 "공직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 있는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공개토록 해 외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했다면, LH는 이렇게까지 곪아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공개토록 해야 한다.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를 회피하거나 직무배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한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 직무와 관련한 미공개정보의 사용을 막아야 한다. 경제적 이득을 얻은 공직자는 물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제3자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징벌적 벌금과 부당하게 취득한 불법이익의 몰수(환수) 조항도 반드시 법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시민사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한 공직자의 종합적 이해충돌방지제도 도입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법안 통과가 좌초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국회는 입법기관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들은 "이해충돌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3년 이래 발의와 폐기가 계속되고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의 투기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덕흠 의원의 피감기관 수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마다 관련법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발의했지만 그뿐"이라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누구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진심으로 앞장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21대 국회에도 6개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제출됐지만 여론에 밀려 이제 겨우,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와 법안심사 일정이 잡혔을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공언한 만큼 여당과 정부는 말이 아니라 입법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달 안에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지난 2013년 이후 국회에서 8년간 계류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은 제정 논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은 'LH 5법' 중 하나로 이해충돌방지법을 이달 내 통과시키겠다고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