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기 의혹에 대한 질타가 빗발치는 가운데 아파트 이름에서 'LH'를 빼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휴먼시아, LH 아파트 이름 삭제 및 변경 건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LH와 휴먼시아는 과거 안 좋은 인식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놀림감으로 삼았다"면서 "놀림 수준을 넘어 계급문화와 혐오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LH와 휴먼시아는 부정부패, 투기, 사기, 비리, 적폐의 검은 이미지까지 투영된 이름이 됐다"며 "거주하는 집 곳곳에 적폐의 상징인 LH, 휴먼시아 표기가 있다는 현실에 분노하며 당장 삭제 및 변경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청원인은 또 LH 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국토부와 LH가 아파트 이름 변경 비용을 전액 지원해달라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목소리에 일반 국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이미지를 세탁해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청원인처럼 LH 아파트 이름변경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 누리꾼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니 홍길동인가. LH휴먼시아를 휴먼시아가 아니게 해달라니"라며 "분양 받을 땐 민간 아파트보다 싸게 받았잖나. 휴먼시아 이미지가 싫었다면 분양을 받지 말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말 LH 투기의혹 때문일까? LH 떼면 집값 올라간다. 실제 LH 삭제하고 이름 바꿔 집값 올린 아파트들 있던데 다들 자비로 했다"며 "무슨 특권이라고 정부에게 비용을 요구하나. 분양 받을 때 LH 달아서 싸게 분양 받았잖나. 그럼 분양가를 더 내라"고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9일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 LH 광명시흥사업본부의 모습. 이한형 기자
LH 입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일부 여론도 있다. 한 누리꾼은 "LH 브랜드 이미지가 원래부터 안 좋았지만 더 안 좋아졌다. 그냥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고 썼다.
청원인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밝힌 또 다른 누리꾼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LH를 빼달라고 하나. 공공의 이름으로 너무 큰 권한을 부여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공공분양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소개한 입주민은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이름도, LH라는 낙인도 찍고 싶지 않다"며 "우리도 공정하게 돈 주고 매매한 입주민이다. 우리 아파트 이름은 우리가 정할 권리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NEWS:right}
여의도 아파트. 박종민 기자
민영 아파트와 공공분양 아파트 간 가격 차이를 고려해 아파트 이름을 바꾸려는 입주민들의 아파트 개명 바람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LH아파트 입주민들은 'LH'라는 이름 대신 시공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민영 아파트 이름에서 지역명을 빼거나 '센트럴' 같은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는 움직임도 있다. 실제 A지역 현대엔지니어링의 엠코타운 아파트에 사는 일부 입주민들의 경우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엠코타운' 브랜드 대신 '힐스테이트'로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투기 의혹 사태와 맞물려 'LH' 이름을 변경하려는 입주민들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명 삭제변경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적인 시각이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