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베를린 소녀상 지킨 한정화 대표 "역사부정에 '연대'로 맞서야"

사건/사고

    베를린 소녀상 지킨 한정화 대표 "역사부정에 '연대'로 맞서야"

    베를린 소녀상 지키는 코리아 협의회 한정화 대표
    "위안부 운동에 한국 정부 존재감 적은 점은 아쉬워"
    "램지어 등 역사 부정 세력 맞서는 연대의 힘 중요"
    "앞으로도 소녀상 지키기 위한 바쁜 나날 보낼 것"

    3월 6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코라지 여성연합과 함께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현지 한인 무용단. 코리아협의회 제공

     

    지난 6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현지 시민단체의 시위가 열렸다. 코라지(courage) 여성연합과 행사를 공동 주최한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는 "오늘은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독일 시민들과 함께 여성의 날을 축하하게 된 날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전쟁범죄에 대한 침묵과 부정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해 9월 미테구 공공부지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단체다.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미테구청이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리자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내고 시위를 이어오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결국 현지 여론과 미테구의회는 코리아협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1일 화상 채팅으로 CBS노컷뉴스와 만난 한 대표는 지금도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미테구의회는 지난해 12월 당초 철거 명령의 대상이었던 소녀상을 오는 9월 말까지 일단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앞으로 구의회 참여하에 소녀상 영구존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청 측의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독일 자유민주당(FDP) 소속 구의원 3명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1년 존치로 허가됐다. 무력분쟁 중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를 주제로 전쟁 중 성폭력 전체 범위를 다루는 보편적인 기념비를 영구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미테구청과 구의회가 공동으로 예술작품을 공모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했다.

    한 대표와 코리아협의회는 해당 안건의 의도를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민당 자체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당이거든요. 그런데 이 당에서 낸 안건의 내용이 소녀상이 있는데도 '전시 성폭력을 상징할 수 있는 보편적 상징물'을 새로 설치하겠다는 거잖아요. 소녀상을 한일 갈등의 문제로만 축소해 보는 시각일 수 있어요. 게다가 미테구청에서 평화의 소녀상 영구존치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상징물을 공모한다고 하는 것도 의아스러웠죠."



    다행히 지난 10일 미테구의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자민당안의 제목과 내용에서 평화의 소녀상 관련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아예 평화의 소녀상과 해당 안건을 결부시키지 말라는 취지다.

    코리아협의회가 구의원들과 미테구청의 '미심쩍은' 조치 하나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소녀상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조직적이었기 때문이다. 소녀상 설치 직후 유럽 순방 중이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바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소속 의원 82명은 미테구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 앞으로 소녀상 철거를 지지하는 성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소녀상에 대한 미테구청의 움직임은 급격히 반전됐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소녀상이 일본 정부와 계속해서 외교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잖아요. 일본에서 독일까지 와서 간섭하며 좀 치우라고하니까, 구청의 행정 담당자들은 소녀상이 너무 버겁고 일을 하는데 지장이 많이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소녀상이 없어졌으면 하는 거죠."

    반면 일본 정부에 비해 위안부 운동에서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는 "위안부 운동 자체에 국가의 도움이 없다시피 하다"며 "아무리 한국 정부가 대응을 하지 않고 대사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해도 전 세계 사람들은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는 한정화 대표. 코리아협의회 제공

     

    마크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램지어 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의 역사 학계는 18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에게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고, 논문 철회를 요구한 역사학회들은 "전 세계의 학술공동체 및 시민들과 연대해 부정론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 대표는 "일본에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허위로 만든다거나 부정하면 스스로 망신을 당하게 될 거라 믿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를 비롯한 역사 부정세력에 맞서는 '연대'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려는 세력에 맞서 국제 시민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소녀상을 세워 일본군의 전쟁 중 성폭력 문제를 환기하는 건 이를 위한 활동 중 하나다.

    "소녀상을 세우고 난 뒤 (독일 등지에서) 굉장히 (위안부 문제와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 홍보가 많이 됐어요. 일본 정부가 직접 독일 정부에 조형물을 치우라고 말하면서 베를린 시민들에게 소녀상이 무시할 수 없는 '나의 문제'가 된 거고,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한 대표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일본의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 성명이 나온 점을 특히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일본에서 그러한 목소리를 내주는 건 큰 성과"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사람들이 내주는 목소리가 피해자나 피해국이 내는 목소리보다도 더 큰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있는 학자와 시민사회단체를 좀 더 후원해주고 연대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한일간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확장해서 국제사회에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는 일, 사료와 증거 등 위안부 연구를 더 해나가는 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