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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투기 휩쓸고 간 자리…남은 택지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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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투기 휩쓸고 간 자리…남은 택지 있긴 있나

    '살 만한 사람들 이미 다 끝내고 간' 땅들…다음 달 신규 택지는 어디에

    그래픽=김성기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공공의 부동산 공급에 대한 신뢰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신규 택지 발표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곳곳에선 이미 거래 바람이 한바탕 크게 불고 지나간 상황이라 신규택지에 대한 시장의 '투기 경계심'은 한층 커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김포 고촌선 "이미 휩쓸고 갔다…거래할 땅도 없어"

    "살 만한 사람은 지난해까지 이미 휩쓸고 간 것 같아요."

    김포시 고촌읍의 한 농지 모습. 김명지 기자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는 주민 A(62)씨는 "뭘 하는 사람들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깔끔히 옷을 입고 땅을 보는 모습들을 종종 봤는데, 이젠 그것도 끝나 보이더라"며 "이 주변 땅은 이제는 거의 외지 사람들이 가져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이 끝나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고촌읍 농지는 간간이 '땅, 사고 팝니다' 등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조용한 모양새였다.

    이곳 고촌읍에서 사업 부지를 물색 중이라는 B(61)씨는 "거래를 하려 해도 통 땅이 없다"고 한탄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엔 농사짓던 땅에서도 경작 활동이 뜸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B씨는 지나가던 길 옆 밭을 가리키면서 "이 땅도 최근에 주인이 바뀐 거로 안다"고 말하며 "이전까진 농사가 이뤄지던 곳인데 앞으론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고촌읍의 토지 거래는 지난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234건에 달하던 토지 거래는 지난해 479건으로 늘었다. 지분 거래 역시 42건에서 1년 새 74건으로 증가했다.

    이곳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 C씨는 "토지 거래가 지난해 하반기에 크게 늘었는데, 길게 봐도 올해 1월까지 마무리된 모양새"라며 "요새는 오히려 매물이 없고, 나와도 평당 호가가 수백만 원씩에 달해 거래가 말랐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모습. 황진환 기자

     

    ◇ 수도권 곳곳서 '이미' 거래량 ↑…LH 사태 잇따른 고민 겹겹이

    정부가 선택 가능한 주요 신규 택지로 물망에 오른 곳 중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김포 고촌만의 사례가 아니다.

    앞서 6번째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광명시흥지구는 물론, 고촌과 함께 '다음 후보지'로 거론되는 하남감북(광암동) 등에서도 이러한 거래 증가세가 '이미' 나타났기 때문이다.

    "2‧4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진다.

    LH에 이어 지자체 공무원과 개발 관련 공사 임직원, 국회의원으로까지 투기 의혹이 번져가는 데다 일각에서는 신도시 추진 자체에 대한 반대까지 거세지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2‧4 대책 발표 당시 "실거래 내역을 면밀히 점검해 최근 거래 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하는 경우에는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서울 인근에 신규택지가 과연 있겠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국토부는 "이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나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도심 사업에 대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투기 대상으로 오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택지를 무조건 배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탓이다.

    이렇다 보니, 택지 선정 후 투기 논란이 다시 일면서 도돌이표 안에 갇힐 위험이 큰 상황이다.

    국토부는 당장 다음 달 2‧4 대책에 따른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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