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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방송 전부터 폐지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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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강화',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방송 전부터 폐지 요구 봇물

    촬영 중단 청와대 국민청원 7만 돌파

    왼쪽부터 JTBC 새 드라마 '설강화'에서 각각 임수호, 은영초, 이강무, 장한나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 지수, 장승조, 정유진. 자료사진

     

    올 하반기 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JTBC 옴부즈맨 프로그램 '시청자의회' 시청자 게시판에는 '설강화'의 제작 중단과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지난 26일부터 오늘까지 이틀 동안 1500건 넘게 올라왔다.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설강화 제작진 다 사과하세요", "민주화 운동을 블랙코미디 소재로 삼는다? 악독함의 극치", "말도 안 되는 피드백에 있는 정도 다 떨어졌으니 폐지하고 폐기하세요"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지난 2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JTBC의 드라마 설**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청원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작품은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인물들은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라며 "설정 자체가 현재의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라고 적었다. 27일 저녁 8시 10분 현재 이 청원에 동의한 인원수는 7만 6920명에 달한다.

    SBS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가운데, 역사 왜곡이 우려되는 다른 드라마에도 비판적인 여론이 생겨났다. 현재 촬영 진행 중인 '설강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설강화'는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PD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1987년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여대생 영초(지수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하지만 '설강화'는 지난해 공개된 시놉시스와 인물 소개로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비밀스러운 매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남한에 내려온 간첩이었다는 것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실존 인물 천영초씨의 이름과 같은 여자 주인공의 이름 △안기부 팀장과 직원 역을 두고 "언제나 절도 있게 물러나는 법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이자 대쪽 같은 인물", "이루고자 하는 일에는 거침없이 뛰어드는 열정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한 것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이화여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설강화'의 가제는 '이대 기숙사'였고 최근 공개된 촬영 사진에서 '해방 호수'라고 쓰인 현수막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해방 이화'는 이화여대의 슬로건이다. 이화여대 출신인 유 작가는 실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던 80년대 후반 학번이다.

    JTBC는 26일 저녁 공식입장을 내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이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라고 밝혔다.

    이어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뿐더러 제작 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라며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명확하게 반박하지 않은 채 민주화 운동을 '블랙코미디'로 다루겠다고 하고, '제작 의도'만을 강조하는 해명은 성난 여론에 더 불을 지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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