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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얼굴이라 할 만한 언론사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대표 시사주간지 '타임'이 실리콘밸리 IT기업인 세일즈포스 등에 팔렸다.
전 해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가 진보정론지 '디 애틀란틱'을 인수했다.
2013년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미국 메이저 언론사 '워싱턴포스트'의 주요 지분(2억 5천만 달러)을 인수했다.
워싱턴포스트 본사 전경. 연합뉴스
이들 세 건의 언론사 사주의 교체를 놓고 미국에서는 서부의 신흥 독지가들이 동부의 망해가던 전통 언론을 살려냈다고 했었다.
이들 서부의 부자들은 세 언론기관들이 수익이 아닌 언론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보다 충실할 수 있도록 안정적 투자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언론계의 또 다른 주요 관심사는 유수의 지역언론들을 소유중인 '트리뷴 퍼블리싱'의 매각 문제였다.
트리뷴 퍼블리싱 홈페이지 캡처
'트리뷴 퍼블리싱'은 시카고 트리뷴, 뉴욕 데일리뉴스, 볼티모어 선, 올랜도 센티니얼 등 중부와 동부의 유명 지역언론을 소유해 온 미국의 대표적 언론그룹이다.
몇 년 간 경영적자에 허덕이다 작년부터 매물로 나와 흉흉한 소문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헤지펀드의 매입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이후 소속 언론사에 해고 피바람이 몰아칠 거라는 관측이었다.
실제로 헤지펀드인 '알덴 글로벌 캐피탈'이 '트리뷴 퍼블리싱'을 63억 달러에 인수할 거라는 이야기가 올해 2월 나왔다.
이 회사는 과거에도 미국의 일부 언론사를 매입한 뒤 수익만을 내쫓느라 기자들을 구조조정해 악명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트리뷴 퍼블리싱' 매입 협상에 반전이 일어났다.
소속 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들이 '알덴'의 매입을 거부한다는 청원 글을 올렸고, 이 글이 입소문을 타고 전해지면서 '백기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4일(현지시간) 호텔 경영자인 스튜어트 바이넘이 볼티모어 선, 시카고 트리뷴, 뉴욕 데일리 뉴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 퍼블리싱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캡처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현지시간) 매릴랜드의 호텔재벌 스튜어트 바이넌, 스위스의 억만장자 한스외르그 비스가 합력해 '알덴' 보다 더 높은 68억 달러를 써냈다고 보도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트리뷴 퍼블리싱'이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언론사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5일 '트리뷴 퍼블리싱'의 새 주인이 산하 언론사들을 비영리기구로 재탄생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대표적인 미국 지역 언론사들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팔릴 뻔 했다가 구사일생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그 뿐 아니라 편집권 독립까지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게 돼 미국 언론계 전체가 크게 안도하는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