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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열전]다시 불거진 '여성징병제'…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방/외교

    [안보열전]다시 불거진 '여성징병제'…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철 단골 주제, 4.7 재보선 이후 청와대 청원 등 주목받아
    "2030년대부터 현역 입영자원 충원 못할 것" 공통 예측
    여성계서 '우리도 군대 가자'도 나오지만 "뿌리깊은 성차별 때문" 반박도
    전문가들 "오히려 형평성과 전문성 문제, 사회적 비용 초래"
    모병제나 징모혼합제 도입하더라도 '경제적 징병' 등은 경계해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연합뉴스

     

    4.7 재보선이 여당의 패배로 끝난 뒤 선거철마다 단골로 나오던 여성징병제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곧 다가올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남녀 성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병역의 의무에 대한 공정성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그간 오래된 문제의식이었으며, 군 복무를 한 남성들에 대해 보상이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징병제 논의가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보다는 '기계적 평등' 또는 '남성 표심 잡기' 측면이 더 크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여성징병제 찬성론 "성차별 논란과 인구절벽 문제 동시 해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녀 모두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는 '남녀평등 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내용은 그의 책 <박용진의 정치혁명>에도 포함돼 있는데,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 전환'을 통해 병역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소모적인 성차별 논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찬성이 20만을 넘는 등 다시금 관련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여기에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우려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모종화 당시 병무청장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오는 2032년부터 연간 필요한 현역 자원을 모두 충원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는 '몇 년(언제) 정도부터 현역 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연간 필요한 현역 인원이 20만명인데, 2032년부터는 18만명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군은 국방개혁 2.0에 따라 18개월 의무복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총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고 있다. 장교와 부사관을 제외한 매년 병 입영 소요(해마다 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남성의 수)는 20만명인데, 다가올 미래에는 이 숫자가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매해 병역자원의 숫자는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약 20년 전의 출생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이는 바꿀 수 없는 상수다. 한 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이대로라면 필요한 병역자원(매년 20만명)과 실제 병역자원의 '불일치'가 2025년에 한 번 발생하고, 2034~35년 정도가 되면 병역자원 충당이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선 여성까지 병으로 징집해야 필요한 병력 숫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 가운데 하나다.

    ◇여성계서도 "군대 가자" 목소리 있지만, 실현 가능성엔 남녀 모두 고개 젓기도

    여성계 일각에서도 여성징병제에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입대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미 군 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군들이 더 힘을 받게 돼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으며,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도 남성과 같은 군 복무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명지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08년 <징병제의 여성참여 : 이스라엘과 스웨덴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이스라엘이나 스웨덴을 보면 징병제를 통해서든 아니든 군에서의 여성 수 증가와 역할의 확대는 당연한 경향성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정책의 방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는 한국 사회의 징병제 또한 내용적 변화가 가능하고 기존의 남성 중심의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다양한 설계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비슷한 인식은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병역담론의 전환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징병제가 남성차별이다'는 주장에 여성 51.8%와 남성 67.5%가 동의했고,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에는 여성 53.7%와 남성 70.8%가 찬성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 결과를 잘 보면 '우리 군의 여건상 여성의 의무복무는 시기상조다'는 의견에 여성 69.6%, 남성 48.3%가 찬성했고 '남성과 똑같은 방식의 의무복무는 어렵다'에도 여성 82.8%와 남성 69.3%가 찬성해, 현실적인 시행이 쉽지 않음을 함께 시사하기도 한다.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는 지난 2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성계의 반응은 여성들이 그동안 많은 차별을 겪어 왔기 때문에 '좋다, 나도 군대 갈 테니 차별을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뿌리깊은 성차별의 문제를 함께 보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20대 남성에게 부과되는 희생을 줄이고 군대에 대한 부담을 최소로 줄일지, 국가가 특정 연령대 남성을 강제징집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지를 같이 고려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에는 역행 소지 커

    스마트이미지 제공

     

    진짜 문제는 현재의 여성징병제 논의가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을 위한 군 구조 개편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했다기보다 남녀 성대결과 함께 단순 '의무 분담' 차원에서 거론되는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군은 장기복무하는 병 없이 해당 계층 전체를 단기복무하는 남성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징병제를 시행하면 병역의 의무가 평등해질지는 몰라도, 오히려 다른 문제가 연쇄적으로 함께 생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대 이상목 교수는 "여성징병제를 하겠다는 이유는 형평성의 문제인데, 이렇게 되면 병역 자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모두가 입대하기는 어려워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과 같은 대체복무를 만들어 여기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이미 그 자체가 또다른 형태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해당 논의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그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무기간을 단축하게 되면 전문성이 약화돼, 현대전에서 군이 지향하는 '강한 군대'와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여성 또한 군이라는 병역 의무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을 징집하려면 거시적인 군사전략과 미래 경제·안보 상황, 군사전략에 대한 논의와 함께 시설과 부대, 직능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와 계획 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런 사항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 형평성이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여성징병제를 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여성징병제를 주장하는 목적이 징병제로 인해 남성이 받고 있는 불합리한 대우를 여성도 받아야 한다는 식이라면 윤리적으로도 온당하지 못하다.

    국방부 김신숙 전력정책과장은 지난해 8월 펴낸 책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에서 "근본적으로 현대 국가에서는 개인에게 과하는 부담은 필요 최소한으로 하고, 혜택은 충분히 나눠야 한다"며 "의무라는 명목 하에 일률적으로 부담을 확대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남성에게 부과되는 부담이 과하다면 이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그 부담을 널리 퍼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병제나 징모혼합제 하며 여성에게 병 입대 열자" 목소리도…부작용 있어 신중해야

    연합뉴스

     

    모병제 또는 징병제 혼합 모병제(징모혼합제)를 실시하면서 장기복무하는 병 제도를 도입하고, 여성의 병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는 현행 군 구조의 단점인 간부(부사관·장교)와 병이 유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미군은 병과 부사관을 합쳐 사병(enlisted)이라고 하며 병을 반드시 거쳐야 부사관이 될 수 있다. 부사관이 장교와 병의 '가교'이자 군대의 '허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형태가 바람직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민간에서도 곧바로 지원과 양성 과정을 통해 부사관이 될 수 있다. 이는 병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장교와 병을 이어줘야 할 부사관이 오히려 장교와 함께 '간부'라는 또다른 계층이 된다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군 부사관들조차 병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큰데, 현재는 하사 이상의 간부로만 입대가 가능한 여군 또한 병으로 장기복무하고 추후 부사관이나 장교가 될 수 있다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신숙 과장은 자신의 책에서 "병 집단을 복무 기간이 짧은 그룹과 복무 기간이 긴 그룹으로 분리하고, 숙련도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에는 후자를 보충해야 한다"며 "일반병에 대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기본 훈련을 해 단기간 복무하도록 하고, 전문병사는 기술숙련병으로 계약 입대해 3~4년 동안 복무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병력 수급 문제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현행 임기제 부사관(이른바 '전문하사') 제도와 비슷하게 숙련된 병이 의무복무 기간을 넘어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연간 입영소요를 15만명 정도로 낮추면서 징병제가 주는 장점인 인력 수급의 안정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사회적 취약 계층만이 군에 입대해 부담을 지는 이른바 '경제적 징병'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도 우리 사회에서 의무복무하는 군인에 대한 존중과 대우가 낮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판의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병역제도를 둘러싼 문제제기와 논란은 멀지 않은 미래에 또다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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