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선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일제히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세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 후보가 하루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서울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당 대권 주자로서의 차별화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의원·외곽 조직 가다듬는 이재명…K뉴딜로 보완해 경제 살린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리는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 참석한다.
민주당의 민주, 경기도가 강조하고 있는 평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운영했던 광장을 따와 합성한 이 명칭은 이 지사 지지자들이 만든 외곽 조직이다.{RELNEWS:right}
현역 5선 의원인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대표로 좌장을 맡고, 이해찬계로 분류되는 김성환, 이해식 의원이 합류해 주도하는 이 모임은 각계 인사로 구성된 발기인만 1만 5천명을 넘어선다.
이 지사 측은 민주평화광장을 시작으로 전국에 산재한 자발적 지지 조직을 서서히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이 지사와 민주당 중앙당을 연계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 포럼인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도 오는 20일쯤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 활동을 개시한다.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김영진 의원을 비롯해 일찌감치 이 지사를 돕고 있는 김병욱, 임종성, 이규민, 김남국 의원 등 30여 명이 참여하는 이 포럼은 입법이 필요한 정책 개발, 소통 채널로의 기능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이 지사는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을 전후로 열리는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국회 토론회'와 '청년주거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크쇼'에도 연이어 참여해 자신이 강도 높게 비판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보완책도 제시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정책 기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미비한 부분을 꼼꼼히 마련해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지사의 핵심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160조원을 투자해 선도하겠다는 반도체·AI·2차전지 등 K뉴딜을 기반으로 해 성장과 공정이 서로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책의 골자"라며 "당을 중심으로 정책을 구체화해 본선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릴레이 신복지포럼으로 포문 연 이낙연…호남 잡고 반등 꾀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정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의 핵심 지지지역인 광주를 시작으로 연달아 '신복지 포럼' 발족식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 판도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광주와 부산에서 이미 발족식을 마친 이 전 대표는 제주, 충남 등 17개 광역시도에서 행사를 이어가며 지지세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 10일에는 정책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의 첫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택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음에도 설익은 '사면 언급'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지만, 이날 심포지움에 4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참석하면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인했다는 점을 이 전 대표 측은 눈여겨보고 있다.
이 대표는 전국적인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호남 행보에 방점을 두면서 지지율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경쟁자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총리 또한 호남 출신인 만큼 안방 우군을 든든히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정책적으로는 그간 꾸준히 강조해 온 신복지를 다시 정리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을 만나 민심을 수렴하는 데 다소의 시간을 할애할 전망이다.
특히 4·7 재보궐 선거로 이탈이 확인된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면서 그간 단점으로 지적된 '꼰대' 이미지 탈피를 위해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호남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대통령이나 총리 등과는 또 다른 의미의 애정을 보이실 것"이라며 "서울은 물론 지방에 살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 등 정책을 보다 완성도 있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넓은 스펙트럼 확인한 정세균…조직 키우면서 통 큰 아젠다 던진다
1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정세균 전 총리(왼쪽)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세균 전 총리 측은 그가 총리 퇴임 후 첫 여의도 행보에 나선 지난 11일 '광화문 포럼' 행사에 적잖이 고무된 모습이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뒤져있지만 포럼 참석 의원 수가 70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 측은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김민석, 김교흥 의원등 기존에 정 전 총리와 함께 해왔던 20명 안팎의 현역 의원 외에도 50명 이상이 참석한 것은, 비록 그가 당내 주류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지만 스펙트럼 자체는 잠룡들 중 가장 넓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총리가 자기 정치를 하기 어려운 국회의장에 이어 국무총리라는 큰 공직을 맡아왔고, 측근 인사들이 공직 임기 때문에 아직 캠프에 다 합류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지지세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측은 이르면 5월말, 늦으면 6월 초에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이라며 다른 잠룡 측과 달리 일찌감치 출마시기를 조율하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1억원 통장', '국민 능력개발 지원금 제도' 등 복지책을 중심으로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평소 이미지와 부합하도록 선명성 부각보다는 사회 현안을 전반적으로 포괄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
정 전 총리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지도에 비해 아직까지는 충분한 지지율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차츰 인적·정책적으로 진용을 갖추다보면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정책적으로는 사회적인 현안 전체를 꿰뚫는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대형 공약도 함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