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돼 이를 인정한 이재영과 이다영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한형 기자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 중 하나는 '학폭 미투(Me too)'였다. 이재영·이다영 선수 자매의 학폭 사건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 등에서는 유명인이 된 이에게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줄을 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지금,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 지난 7일 책 '여섯 개의 폭력'이 세상에 나왔다. 지은이 중 다섯은 학교 폭력의 고통을 극복한 생존자다. 다른 한 명은 학교폭력으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숨진 한 명의 어머니다. 이들은 가깝게는 10년, 멀게는 30년 전의 피해 경험을 담담한 어조로 서술한다.
'씨리얼' <왕따였던 어른들="">편에 출연한 사회복지사 조희정(31)씨. 씨리얼 영상 캡처왕따였던>
◇장애 가족 꼬리표로 시작된 '학폭'…"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사회복지사 조희정(31)씨가 회고하는 어린 날은 고통스럽다. 집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는 엄마의 폭력에 시달렸다. 학교에서는 지적장애 3급인 연년생 오빠가 있다는 이유로 폭력에 노출됐다. 촌스럽거나 몸에 맞지 않게 작아진 옷을 입기 싫어도 선택권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레드삭스'라 놀림을 받으면서도 매일 같이 빨간 양말을 신고 학교에 가야했던 이유도 같다.
"아무래도 외적으로 표시가 나다 보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도태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도 못하고. 친구들도 쉽게 놀리게 됐는데, 그렇게 폭력이 시작되면서 집과 학교 두 공간이 순식간에 지옥이 돼 있더라고요."
조씨가 기억하는 학교는 학교폭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폭력이 없던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학교는 일종의 안식처였다. 엄마의 폭력이 없었으며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시작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오히려 학교가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 됐다. 처음에는 짝꿍이나 조원이 되기를 꺼리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야유 보내기, 옷 더럽히기, 자리에 압정 놓기 등 점점 심한 괴롭힘으로 나아갔다.
"저학년 때까지는 오빠의 장애를 잘 몰랐거든요. 그러다 고학년이 되면서 두드러지게 장애의 특징들이 나타나게 된 거예요. 선생님도 그런 부분을 인지하게 되셨고요. 부모님은 아이에 대해 관심이 조금 무딘 분들이다 보니 제가 부모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거죠."
'오빠를 돌봐야 하는 동생'이라는 역할은 오히려 괴롭힘의 빌미가 됐다. '○○이 동생'이라는 말이 별명처럼 따라붙었다. 조씨는 오빠의 반 친구들이 조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내기를 했던 경험을 아직 잊지 못한다. 조씨는 "오빠로 인한 이야기로 가해를 많이 받았다"며 "오빠가 장애가 있으니 너도 있을 거라는 식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학교폭력 문제에서는 '선생님'이라는 조력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린 친구들에 대한 분노나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당시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했던 선생님이 더 큰 가해자로 생각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솔직하게 일기장에 적어냈다. 하지만 당시 선생님은 별말 없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셨을 뿐이었다.
"제가 학교폭력을 당할 당시 선생님들이 모르지 않았어요. 수업시간에도 폭력이 이어졌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도 선생님이 딱히 대처를 해주시지 않았어요. 그런 환경에 놓여있으니 친구들도 얘한테 이정도는 괜찮겠다 하는 면죄부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