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올해 36살의 이준석 후보가 11일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에 선출됐다.
제1야당에서 30대 당수가 나온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우리 정치 역사상 한 획을 그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더욱이 이 신임대표는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한 0선으로, 조직표와 당심에 기댄 4, 5선의 당내 중진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파격적인 변화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나타났다. 최고위원에는 초선의 조수진, 배현진 의원 등 여성 3명과 1990년생 청년이 포진했다. 이러한 이준석, 그리고 초선의원 돌풍엔 국민의힘이 더 이상 '꼰대 정당'이 아닌,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다른 생각과 공존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구태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선 맞서줄 것"을 강조했다.
계파 갈등과 지역주의, 무능과 무사안일 등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왔던 구태정치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선언적 의미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젊은 새 대표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면서 환골탈태의 각오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의견 충돌을 보였던 청년할당제나 젠더문제 등을 비롯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청·장년층의 실업과 일자리 문제, 전세난민 문제 등에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준석 신드롬을 비단 국민의힘에 국한된 문제로 바라봐선 안 된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다. 낡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분노, 변화와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오히려 진보가 아닌, 권위적인 보수진영에서 먼저 시발됐을 뿐이다.
사실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하기를 두려워하고 권위와 기득권에 집착해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존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짙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변화와 개혁, 세대교체 등은 지금까지 민주당 몫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엔 이러한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 보수는 변하는데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은 퇴행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공정과 공의가 불공정으로 치환되고, 부동산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중도와 20, 30대 층이 떠나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민심이 등을 돌렸음을 알면서도 진정성 없는 사과만 되풀이할 뿐 되돌리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초선 소장파들이 재보선에 참패한 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강성 지지층에 '초선 5적'으로 몰려 꼬리를 내리는 상황이다.
국민은 이미 정치권에 희망을 잃은지 오래다. 그나마 권위적인 보수진영에서 세대교체와 개혁이란 희망의 불씨를 살린 셈이다. 이준석, 그리고 국힘 초선의원들의 돌풍에 환호하는 이유다.
이번에야 말로 여야 정치권이 낡은 진영논리와 증오, 분열의 관성을 깨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변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변하지 않는 정치는 잊혀지고,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