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성서유니온선교회가 발행하는 QT 묵상집에서 한 경제학자의 칼럼 연재가 성경 해석 상의 문제로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논란은 건설적인 토론으로 이어지는 대신 오히려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타 단체에 대한 후원 중단으로까지 번졌습니다.
CBS는 이와 관련해 세 차례에 걸쳐 성경 해석의 차이와 이견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와 방식을 성찰하고, 바람직한 성경 해석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먼저, 성서유니온 연재중단 사태를 오요셉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서유니온선교회가 발행하는 QT묵상집, 청소년 매일성경.
[기자]
미국 퍼듀대학교 경제학과 김재수 교수는 지난해부터 청소년 매일성경에 크리스천 경제학자의 관점으로 성경을 바라보는 칼럼을 연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로 계획됐던 연재는 5,6월호를 끝으로 갑작스럽게 중단됐습니다.
일부 독자들과 보수적 신앙 단체가 김 교수의 글이 주류 해석에서 벗어난 좌파적 성경 해석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항의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달란트 비유와 포도원 품꾼 비유 등을 오늘날 상황과 연관지어 사회적 약자, '을'의 입장에서 바라봤습니다.
달란트 비유에서 김 교수는 경제적 착취 없이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었던 당시의 경제 구조를 설명하며 최근 대두되는 능력주의 불공정함을 벗어나는 시각에서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선 품꾼의 시각에서 불공정한 계약 문제를 생각해보자고 말했습니다.
[김재수 교수 / 미국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성경은 을이 당당하게 갑에게 맞서는 이야기로 가득하죠. 언제나 편파적으로 약자를 편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약자의 관점에서 읽지 않으면 우리는 강자의 관점으로 읽는 편향에 빠지기가 너무 쉽거든요. 을의 눈으로 볼 때 우리 삶의 문제가 가까워지지 않는가. 사실 우리 대부분 을로 살아가지 않나요? 그런 것들을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었고요."
일부 독자들은 이에 대해 이념이 투영된 해석이라며 항의했고, 극단적인 이들은 김 교수를 향해 마귀, 악마,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 등의 인신공격을 쏟아냈습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 보수적인 인터넷 매체는 이번 논란과 더불어 성서유니온이 지난 3년간 청어람ARMC를 후원했다는 사실까지 문제 삼았습니다.
해당 매체는 김재수 교수의 글을 실은 성서유니온이 페미니즘과 차별금지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하는 청어람을 후원하고 있었다며 성서유니온의 신학적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습니다.
논란은 결국 성서유니온이 공개적으로 청어람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청소년매일성경 5,6월 호에 실린 김재수 교수의 글.
교계 안팎에선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안타까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의 최종원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성경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름과 이견이 발생했을 때 이를 논의하고 통합하려고 하기 보단 정죄하고, 폭력적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한국교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입니다.
[최종원 교수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논의해야하고, 토론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건설적으로 토론의 대상이 돼야하는데 너무 쉽게 정죄의 대상, 비판의 대상, 더 나아가서 폭력적인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고요."
성서학자들은 성경 해석엔 원래의 의미를 찾는 역사비평적 방식뿐만 아니라 독자비평식 방법론이 있다며 성경 본문과 오늘날 상황의 상호작용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의 해석은 해석학적 일관성이나 전개 방식, 논리성 등에 아쉬운점이 있지만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과 오늘날 시대정신을 생각케 하는 유의미한 접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민규 교수 / 한국성서대학교]
"역사적 의미를 밝히는 방식도 있고, 우리 사회에 맞게 또다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서 하나님이 우리 사회에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방식의 연구도 있어요. 방법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결과물이 중요한데 그 열매가 과연 성서 전체의 맥락에서 합당하냐 안 합당하냐(를 봐야하죠)."
또, 성서유니온 사태를 단순히 헤프닝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보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BS 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정용현 최현 정선택 최내호 최승창] [영상편집 이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