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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로봇' 감독 "애니에 '존 윅' 요구하니 스태프도 당황했죠"[엔딩크레딧]

'미스터 로봇' 감독 "애니에 '존 윅' 요구하니 스태프도 당황했죠"[엔딩크레딧]

핵심요약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상> 톤앤매너와 성우 편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이대희 감독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이대희 감독. 이대희 감독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에는 한 편의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달려온 다양한 영화인들과 영화에 숨겨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단 하나뿐인 친구,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며 달려드는 전직 특수요원 아저씨('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범죄 조직에게 제대로 된 참교육을 하는 전직 특수요원 아빠('테이큰'), 죽은 강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조직을 전멸시키는 은퇴한 킬러('존 윅')도 존재한다. 여기에 사례 하나가 더 추가됐다. 로봇이 된 요원이 가족이자 친구가 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었다.
 
로봇이 된 아빠가 딸을 구하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였던 '강철아빠'는 서로 모르는 사이인 아저씨와 소녀의 이야기인 '미스터 로봇'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사이버펑크 SF에 때로는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호러 SF 분위기까지 묻어나며 '성인층'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와 사랑스러운 하츄핑, 박스오피스의 전설이 된 암탉 등 어린이와 가족용 국내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성인을 주요 타깃층으로 한 '미스터 로봇'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파닥파닥'으로 연출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대희 감독이 '스트레스 제로'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미스터 로봇'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국내 극장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중요한 분기점을 내려고 하고 있다. 과연 이대희 감독은 어떻게 '미스터 로봇'이란 도전을 시작하게 됐을까. 영화 개봉을 2주가량 남기고 일대일로 만난 이 감독에게서 영화의 시작점과 연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아빠'가 '미스터'가 됐다

 
▷ '스트레스 제로' 인터뷰 당시에 들었던 제목은 '강철아빠'였다. 지금의 '미스터 로봇'으로 제목이 바뀌는 과정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대희 감독(이하 이대희)>
처음 스토리는 아빠랑 딸 이야기였다. 항상 주변에서 소재를 찾는데, 딸아이가 다쳤을 때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절박했던 마음, 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때 이미지가 떠올랐었다. 노란색 로봇이 온갖 방해와 아이를 납치했다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으면서 소녀를 안고 도시를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이 그대로 영화에 살아있다. 그게 영화의 처음과 끝이다.
 
내가 그 장면에서 느껴지던 정서를 전달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작품이고, 이를 위해 시나리오와 캐릭터라는 퍼즐 조각이 계속 바뀌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니 아빠가 딸을 지키는 건 너무 당연해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마음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내부 모니터링과 PD와 상의해서 전혀 관계없는,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를 지닌 아저씨로 바뀌었다.
 
▷ 영화의 배경을 보면 낯선 듯 익숙하다. 한국에 펼쳐진 '블레이드 러너'랄까. 근미래라는 배경에서 오는 낯섦과 한국적인 풍경에서 오는 익숙함이 섞여 있다. 실제 장소를 찾기 위해서도 발품을 많이 팔았을 것 같다. 관객들에게 어떤 배경 속에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나?
 
이대희>
'파닥파닥' 때도 그랬지만, 애니에 한국적인 느낌을 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디즈니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등 미국이나 일본 애니를 보면 배경이나 분위기에서 그 나라 특유의 느낌이 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에서 애니의 세계로 들어간다. 상상으로 하는 것과 실제 있는 걸 표현하는 건 다르다. 그래서 작품을 위해 캐스팅을 많이 다녔다. '파닥파닥' 때는 강원도, '스트레스 제로' 때는 강남 테헤란로, 이번 영화는 광안대교가 있는 부산 마린시티 앞으로 잡았다.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애니지만 실사 영화처럼

 
▷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분명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톤앤매너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고민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들은 무엇이었나?
 
이대희>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로 느껴지길 바랐다. 그리고 '파닥파닥'과 '스트레스 제로'를 하면서 깨달은 건데, 나는 좀 더 묵직하고 날 것 같은 표현이 잘 맞고, 또 잘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조명, 촬영, 연기 톤 모두 기존 애니 방식으로 해선 전달이 안 되겠다 싶어서 실사영화 쪽으로 연구를 많이 했다.
 
조명도 실제 우리가 참고했던 게 '조커'나 '존 윅' 시리즈다. 그런데 이걸 요구했을 때 기존 애니를 만드는 분들이 엄청 당황했다. 한국 3D 애니 스태프는 대부분 유아용 애니를 만들어왔는데, 갑자기 '존 윅' 같은 때깔을 요구하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고 당황한 거다.(웃음) 그런데 작품 중간에 언리얼 엔진이 부상하면서 쓰게 된 거다. 에픽게임즈에서 언리얼 엔진 사용을 독려했다. 툴도 무료로 제공하고, 에픽게임즈에서 에픽 메가그랜트(에픽게임즈에서 지원하는 개발 후원 프로그램)도 받았다.

 
▷ 안 그래도 게임 엔진으로 잘 알려졌던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는 건가?
 
이대희>
언리얼 엔진은 내가 추구하는 묵직한 실제 영화 같은 톤을 내는 데 굉장히 유리하다. 또 캐릭터 연기 부분도 기존 애니메이션 툴보다 섬세하고 쉽게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 애니와 달리 두려워하는 장면에서 눈 밑이 떨리는 걸 표현하는 식이다. 눈동자, 눈썹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캐릭터가 긴장하면 땀을 흘린다. 실제로 '미스터 로봇' 속 연기가 되게 섬세하다. 작은 화면으로는 티가 안 날 수 있는데, 스크린으로 보면 보인다. 이러한 질감에서도 언리얼 엔진의 혜택을 많이 봤다.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 스틸컷. NEW 제공 
▷ 말한 대로 애니메이션은 과장된 움직임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릭터 연기도 실사 연기에 가까웠다. 그런 점에서 성우들의 연기 톤 역시 기존 애니에서 들었던 이른바 '성우 톤'보다 실사 연기 톤에 가까웠다. 특별히 주문한 부분이 있나?
 
이대희>
특별히 실사 연기 톤으로 해달라고 주문한 건 아니었다. 보통 성우분들은 작업이 마무리된 애니에 더빙을 한다. 일본 애니가 들어오면 톤을 분석해서 입 모양에 맞춰 더빙하는 데 선수들이다. 그런데 '미스터 로봇'은 다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티만 보고 성우분들이 캐릭터를 해석해 연기했다. 그래서 보통 정해진 분량 안에서 정해진 대사만 더빙하는 것과 달리 '미스터 로봇'에서는 애드리브가 나오기도 했다. 성우분들이 애드리브를 하면 그걸 살리기 위해 콘티와 시나리오를 바꿨다. 마치 실사 배우들이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하면 그걸 반영하듯이 말이다.
 
▷ 실제 영화배우들도 각자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해 캐릭터를 완성하고 연기에 들어간다. 그런 점도 목소리 연기 역시 실사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 데 한몫한 것 같다.
 
이대희>
그래서 성우분들이 연기하다가 목이 쉬기도 했다. 보통 성우들은 깔끔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후반부 장면에서 "죽어! 죽어!" 할 때 목이 쉬어 있다. 다시 녹음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그게 리얼해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녹음할 때 이런 경우가 별로 없는데, 나나 역의 김연우 성우가 우는 연기가 있다. 녹음하는 걸 들으면서 녹음기사가 같이 울었다. 너무 절절하게 연기를 하니 보다가 울컥한 거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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