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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초읽기…광화문 外 대체지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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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초읽기…광화문 外 대체지 거론

    '세월호 기억공간' 서울시와 세월호 갈등 격화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세월호 단체측은 협의가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 "이해와 설득 구한 뒤 예정대로 철거 진행할 것"
    4·16연대 "대안 협의해야… 오세훈 서울시장 논의하자"
    엇갈리는 시민 반응 "국가가 재난 책임 지지 않은 상태" VS
    "광화문광장은 누구나 이용해야… 특정인의 점유는 안돼"

    연합뉴스연합뉴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의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 철거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철거 기한인 26일 오전에 두 번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철거 명분 쌓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월호 단체는 임시 공간을 마련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6일 오전 11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은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에 공사 자재도 많아 위험하기 때문에 최대한 협조 속에서 철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세월호 관계자와 대화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과정을 거치고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무리한 몸싸움 없이 철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과장은 이날 오전 7시 30분에도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 세월호 단체에 철거 관련 공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유족들의 거부로 만나지 못하고 돌아섰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 진도에 맞춰 이달 안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랜 기간 지연되었던 광화문 조성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시민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선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 일대 부지도 다음달 초부터는 공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이달 중에는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세월호 단체 관계자는 "세월호 가족들은 이미 서울시에 공사가 방해되지 않게끔 (기억공간을) 임시 이전할 수 있고, 공사 완료 전에 기억공간을 운영 및 설치할 수 있는 기구를 꾸리자고 제안했다"며 "그래서 철거 협조 요청 공문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철거 예정한 날이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이렇게 계속 찾아오는 것이 가족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와서 가족들과 만나 협의 과정을 꾸려나가면서 절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용을 오 시장에게 전해달라"고 요구했다.

    4·16연대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오면서 기억공간 관련해 협의를 하자고 요구해왔다"며 "그동안 일절 대응하지 않다가 공사 끝날 무렵에서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물론 기억공간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필요에 따라 규모를 조금 줄이는 정도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협의하자"며 "그런데 서울시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말하고 우리가 요구하는 바는 전혀 수용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연합뉴스
    이어 "서울시가 원칙론만 반복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철거에 대한 명분 쌓기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려 하자 유가족과 세월호 단체가 이에 반발해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에 상주하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크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만들어 놨다"며 "세월호 공간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왜 철거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히려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 유튜버들에 대해 "여기 횡단보도쪽이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저분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큰소리로 얘기한다"며 "(시끄러워서) 매장 내 음악도 크게 틀어놨다"며 한숨쉬었다.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조모(41)씨는 "아직 세월호 관련 재판이라던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기존에 있던 공간도 많이 축소한 상황"이라며 "국가가 만들어 낸 재난이 아직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폭력으로 철거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철거 방식이 폭력적이라고 지적한 시민도 있었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박모(25)씨는 "제대로 합의를 거치고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며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곳은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다 같이 만든 공간"이라며 "존재 자체로 상징이 되기때문에 광화문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기억공간을) 철거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부모 가슴에 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황모(65)씨도 기억공간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황씨는 "서울시 광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며 "특정인들을 위한 점유물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피해자 입장도 이해하지만, 국가에서 이 정도 해줬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차례로 세월호 유가족 측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편 이날 밤 세월호 단체들은 광화문 기억 공간 해체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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