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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연합훈련만 하면 '손을 떨며' 초긴장하는 이유

국방/외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만 하면 '손을 떨며' 초긴장하는 이유

    핵심요약

    한미, 매년 남침 또는 급변사태 대비한 전구급 전쟁 시나리오 연습
    '훈련' 명목으로 병력 집결한 뒤 실제론 '북진'?…훈련때마다 공포에 떨었던 북한
    1992년, 1994년, 2019년 대규모 FTX 중단 이후 비핵화 공동선언과 제네바 합의 등 성과도
    김여정, 축소 시행에도 "규모나 형식 논한 적 없다"…'훈련 자체가 문제'라는 식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10일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시작하자 담화를 내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우리(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 실행준비를 완비하기 위한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며 '침략적 성격'이라는 표현을 썼다.

    새로운 표현은 아니다. 북한은 과거부터 수십년 동안 꾸준히 한미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표현하며 문자 그대로 손을 떨 정도로 반응했다. 2021년에도 이러는 데에는 북한 나름대로 이유도 있다.

    남북 전쟁 시나리오' 컴퓨터·훈련장서 시뮬레이션…수십년간 공포에 떤 북한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한미연합군은 북한이 남한을 전면 침공하거나 북한 내부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미리 수립된 작전계획 5015에 의해 행동한다. 흔히 말하는 한미연합훈련은 모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전구(戰區, theater)급 연습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는 1부가 '방어', 2부가 '반격'과 평가다.

    한미는 지난 2018년까지 이러한 시나리오에 맞춰 실병(實兵)기동훈련(FTX)을 진행해 왔다. 즉, 실제 작전계획과 비슷하게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뒤 남침에 대비해 싸우는 훈련을 해 왔던 셈이다. 도상(圖上)연습, 워 게임(war game)이라고도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 지휘소훈련(CPX)도 병행했다.

    북한은 수십년 동안 연합훈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맞대응 훈련을 하고 전시에 준하는 경계태세를 발동할 만큼 공포에 떨었다. '훈련'을 명목으로 각종 물자를 지급받은 뒤 집결한 한미연합군이 자신들을 '침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이는 북한만 겪은 일은 아니다. 한 예로 1983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벌인 '에이블 아처(Able Archer)' 연습은 선제 핵공격으로 시작되는 전면전 상황을 가정하고 있었는데, 소련군도 이 훈련이 눈속임이고 실제로는 NATO 측이 벌이는 침공작전이 아닌지 의심해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990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이들 훈련이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한다며 아예 북한에 훈련을 참관하라고 제안했다. 북한이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1991년 12월 국방부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 협정'에 서명하고 핵감찰에 응한 뒤, 남북한 동시 핵사찰을 받아들이면 1976년부터 진행해 왔던 대규모 FTX인 팀 스피리트(Team Spirit) 연습을 유보 내지 전면 재조정할 수 있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 1992년 봄 팀 스피리트 연습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 해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IAEA 핵안전 협정을 비준, 동의했고 6월부터 핵 사찰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미는 그 해 10월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남북 상호핵사찰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없을 경우 1993년 팀 스피리트 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준비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IAEA는 사찰 과정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시험 가동했음을 알게 됐고,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영변에 지하 핵폐기물 저장소를 비밀리에 건설해 가동해 왔음을 파악했다.

    문제는 1992년 10월 시점에선 사찰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었다는 점이다. 고위급 회담만 8번 열릴 정도로 활기를 띠던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1993년 봄 연습이 시작되자 3월 12일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같은 해 방북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났던 미 하원 개리 애커만 의원은 "(김일성은) 팀 스피리트 연습을 거론하면서 목소리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고 말했다. 당시 제임스 클래퍼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북한은 팀 스피리트 연습에 거의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1994년 한미는 팀 스피리트 연습을 다시 중단했고, 그해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Agreed Framework)가 도출됐다. 대규모 FTX는 1998년 독수리(Foal Eagle)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됐다.

    축소 시행 계획에 김여정 "규모·형식 논한 적 없다" 일축…속내는?

    지난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와 함께 비핵화 협상 참여를 발표하며 대화 분위기가 성사됐다. 그 해까지 진행됐던 대규모 FTX인 독수리 연습은 이듬해부터 중단됐고, 연대급 이하에서만 FTX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지난 3월 정례브리핑에서 "연합훈련은 통상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훈련이 주가 됐었고,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일관되게 해 왔던 훈련이다"며 "야외기동훈련은 특정 기간에 집중하지 않고 연중 분산해서 균형되게 실시하고 있으며, 독수리 훈련 때 했던 기동훈련도 일부 포함해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3월 16일과 8월 1일 연달아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며 연합훈련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는 8월 10일 낸 담화에서도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의 실행준비를 보다 완비하기 위한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는 지난 6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국은 북한보다 재래식 군사력은 우수하고, 핵전력 같은 비대칭 전력은 모자라다"며 "원론적으로 보면 반드시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내부가 완전히 혼란스럽고 주민들이 곤란하니 우리가 점령해서 지역 주민들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인데, 그들(북한)이 볼 때는 북한을 점령하는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훈련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내용들이 반격 시나리오에 들어가니 훈련을 안 할 수도 없지만, 상대방은 '우리를 위협한다'고 보니 평화를 지켜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은 연합방위태세와 도발 대비를 위해 필요하지만 정부 기조는 한반도 평화 유지이고, 탈냉전 이후에는 상호적으로 위협을 줄이고 상대가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해서 적대감을 줄이고 공격하려는 의도를 관리하는 일도 평화다"고 덧붙였다.

    홍 내정자는 1993년 팀 스피리트 연습과 1차 북핵 위기 사례를 들며 "한미 우호관계와 군사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은 하되, 규모를 조정해주는 고육지책을 쓰면 남북관계에도 약간은 시련이 있지만 관리는 하고 한미관계도 연대를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적 측면에서만 보면 훈련을 실시해야 하지만, 남북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측면에서는 이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타협안을 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여정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 담화 특유의 독설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연합훈련을 언급한 이상 실제로 훈련이 시작되었으므로, 체면 관리를 위해서라도 코멘트를 하지 않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존심 센 북한 입장에선 수십년 동안 연합훈련을 반대해 놓고 올해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차 위원은 "북한이 한국의 더 큰 양보 조치를 바란다는 메시지이며, 북한도 현재 북미간 기싸움에서 초조해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 북한 반응을 보아야 더 확실해지겠지만 북한도 과거에 관심을 두지 않던 남북 교류협력 수준의 보상도 아쉬워하기 시작했으며, 당분간은 대남 도발보다는 주시와 관망이 주를 이루리라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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