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산책로 옆 카페. 송승민 기자전라북도 감사관실이 발표한 '순창 채계산 토지 관련 감사' 결과, 순창군 부군수 출신의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의 특혜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전라북도 감사실은 관광농원과 산림 경영에 대해서도 작은 문제로 범위를 좁혔다. 상당수 특혜와 투기 의혹에 대해선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당사자와 일부 주민, 순창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수준으로 마무리지었다. 순창군 부군수 출신,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 주변에 운영 중인 카페, 예상에 없던 산책로 조성,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닌 데도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예산으로 먼저 설립된 사방시설, 카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모노레일 사업 등이다. "우연에 우연일 뿐 특혜가 아니다""하나하나 보면 법령상 문제가 없다" "현장에 가서 봤더니 다 필요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말처럼 이 모든 게 평범한 시민이었다면 가능했을까.
①국토계획법 어겼는데, 산지법만 본 감사
채계산 출렁다리 아래 전라북도 비서실장과 순창군 부군수를 지낸 A(61)씨의 관광농원이 있다. 지난 6월 취재진이 현장을 가보니 관광농원은 개발조차 되지 않았으며 전기와 수도 등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A씨는 '관광농원으로 둔갑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CBS노컷뉴스는 해당 지역이 농림지역이라는 점과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지침을 근거로 국토계획법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인 휴게음식점 즉, 카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수차례에 거쳐 보도했다.
순창군 관계자는 "지난해 초, 최초 협의에서는 카페가 관광농원 계획에 있었다"면서도 "같은 해 7월 중 인허가 협의에서는 카페가 계획에서 빠졌다"고 밝혀 카페 인허가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음을 암시했다.
A씨 카페. 송승민 기자그러나 수개월 동안 감사를 진행한 전라북도의 보고서엔 이러한 의혹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고작 소매점으로 허가를 받은 카페 건물의 2층을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만 지적했다.
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은 "카페가 있는 토지는 창고용지에서 유원지로 변경됐으며 보전산지다"며 "보전산지의 경우 산지관리법을 따르고 농어촌정비법에 의해 카페가 가능하다"고 해당 의혹이 문제가 없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산지관리법을 담당하는 순창군 관계자의 말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해당 순창군 관계자는 "휴게음식점이 들어선 곳은 인허가 당시 창고용지로, 산지가 아니다"며 "창고용지는 산지관리법이 아닌 국토계획법을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내용을 충분히 관련 부서에 전달했고 농축산과와 건설과가 서로 공문을 주고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②비서실장 카페 옆 나무 계단
언론 보도의 주된 요지는 특정 공무원의 땅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이 복합적으로 진행된 데 따른 특혜다.
'일반인이었으면 가능했겠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감사 결과는 이 모두를 "필요했으니 만든 것""우연에 우연일 뿐 특혜가 아니다""관련 법령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A씨 카페와 이어지는 산책로. 송승민 기자한 사례가 A씨의 카페 옆에 지어진 나무 계단이다.
순창군은 사업 착공 이후 드넓은 채계산 부지 중 향후 카페가 들어설 자리를 콕 집어내 산책로 1개 노선만을 추가했다. 맞닿은 것도 모자로 아예 대놓고 산책로를 지그재그로 카페 입구와 이어지게 만들어 놔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도록 했다.
당시 순창군 관계자는 "애초 진·출입로(산책로) 설치 중 데크폭(1.5m)이 협소하고 관광객의 통행불편이 예상되어 추가노선이 필요하다 판단했다"며 "주변산지를 검토한 결과 현재 위치(A씨 카페 옆)가 최종선정됐다"고 말했다.
이를 감사한 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의 대답도 똑같다.
그는 16일 오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감사를 하며 현장을 다녀왔다고 말하며, "주말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라며 "산책로가 부족하면 관광객의 안전사고 위험이 커 산책로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책로 추가 개설의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드넓은 채계산에서 A씨의 카페 바로 옆에 산책로를 놨다는 것은 달리 볼 문제다.
두 개의 산 봉우리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이는 구조에서 한쪽 봉우리인 A씨의 카페, 그 카페 바로 옆에 산책로 단 1개 노선만이 추가됐다. 결국 A씨 카페쪽엔 2개의 산책로, 반대편 봉우리엔 1개 산책로가 설치된 셈이다. A씨 카페쪽 봉우리에 설치된 산책로 2개의 간격도 200~300m에 불과하고 절경의 차이도 거의 없다.
많다던 관광객이 A씨 카페 옆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만큼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지만, 전라북도 감사관은 "필요했으니 설치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③비서실장 카페 주변 사방시설
다음으로는 A씨의 땅 주변에 유려하게 설치된 사방사업이 꼽힌다.
A씨가 전라북도 비서실장 재임할 당시인 2019년 A씨의 땅에 도비를 들여 사방사업이 진행됐다. 산림청은 산사태 취약지역에 먼저 사방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침을 두고 있지만, A씨의 땅은 산사태 취약 지역도 아니었다.
당시 전북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A씨 땅의 예산이 1.5배~3배에 달했는데 심지어 사업 규모가 2배 큰 지역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A씨 카페 주변에 설치된 사방시설. 송승민 기자이 역시 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은 "용역을 통해 위험성이 있는 곳이어서 사방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주변에 마을과 양계장이 있는 등 산사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 곳"이라고 말했다.
석산(石山)인 채계산이 출렁다리도 놓을 정도인 데도 전라북도 감사관은 "주민 요구가 있었고, 사방시설을 필요하니", 드넓은 채계산 중에서도 A씨의 땅에만 설치했다고 말한다.
④비서실장 카페 주변 모노레일 사업
드넓은 채계산 부지 중 A씨의 땅을 중심으로 진행된 모노레일 사업 역시 "필요하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순창군은 지난 3월 채계산 모노레일 설치사업의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는데, 사업 대상지가 A씨의 땅에 해당한다.
특혜에 이어 투기 의혹으로 번진다.
A씨는 "출렁다리 착공 이후 땅을 사 투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맞다. 다만 출렁다리가 아닌 모노레일 사업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A씨가 △부군수로 재임했을 때인 2017년 모노레일 사업 논의가 시작됐고 △2018년 11월 땅을 매입했으며 △2021년 3월 모노레일 사업을 위한 용역이 착수됐다.
다시 말해 A씨가 모노레일 사업에 대한 내부정보를 미리 알았을 위치에 있고 이후 땅을 매입했으며 최근에서야 비공개였던 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용역 대상지인 주소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산 166번지 일원이다. 이는 A씨가 산 땅으로 현재 166-1번지부터 10번지까지 쪼개 놓은 상태다.
봉우리 2개에 출렁다리가 놓인 구조인 채계산에 유독 한 봉우리, 그것도 산책로가 추가로 설치된 A씨의 카페쪽 땅에만 용역을 발주했다.
모노레일.이에 대해 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은 "A씨가 채계산 인근 땅을 산 이후부터 모노레일 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모노레일 설치를 희망하는 주민의 요구가 있었다"며 "오히려 A씨가 자신의 땅에 모노레일을 짓는 것을 반대했다"고 말한다.
주민의 요구가 있고, 모노레일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드넓은 채계산에 A씨의 땅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된 것 또한 문제다.
더욱이 A씨가 반대했기에 투기나 특혜가 아니라는 식의 감사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땅 주인의 동의 없이는 사업 추진을 할 수조차 없는 데도 순창군은 예산 5천만 원을 세워 A씨 땅을 대상으로 용역에 나섰다.
A씨는 앞서 카페 옆 산책로를 놓기 위해 순창군에 사용승낙을 했다. 마찬가지로 모노레일까지 설치되면 땅 값 상승은 물론, 관광객이 더 몰려 카페 매출이 증가될 게 자명하다.
공무원 퇴직 이후 산을 매입해 도라지나 두릅을 심겠다던 A씨는 정작 이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전라북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⑤불법 관광농원
A씨 카페가 둔갑한 관광농원은 허가조차 날 수 없었다. 관광농원의 허가를 받으려면 개발 승인 면적의 20%를 영농체험시설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A씨의 이른바 관광농원에는 규격을 맞춘 영농체험시설이 없었다.
사업시행자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관광농원 설치 사업이 완료되면 자치단체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아야 한다.
채계산 캠핑장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카페 고객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 송승민 기자A씨 관광농원을 준공인가한 순창군수. 순창군 제공애초부터 부적격한 관광농원을 순창군이 허가해 준 것인데, 전라북도는 점검 결과 영농체험시설이 없었다며 순창군의 '사후 관리 소홀'로 봤고 버젓이 지도 감독의 문제로 범위를 좁혀서 '주의요구와 통보'를 조치했다.
기존에 있던 영농체험시설이 없어 진 것이라면야 가능한 논리겠지만, 완비도 안 된 필수 시설에 대해 관리를 못했다는 황당한 해석을 적용한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감사보고서가 나온 다음날인 17일,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김진철 감사관은 "다음에 이야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⑥전 비서실장을 감사한 감사관실
조사라기 보단, 언론이 계속 보도하니 살펴는 보겠다는 인상만 남긴 배경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는 감사와 관련한 협조 요청도 없었다.
나온 보도를 가지고는 A씨와 B씨, 순창군 공무원에게 관련 서류를 받거나 사실 여부를 묻는데 그쳤고, 결과적으로 심어야 할 두릅이 없었다는 수준의 18쪽짜리 보고서가 나왔다.
이 감사의 인식은 대부분의 사업들은 주민이 필요하니 했다는 식인데, 드넓은 채계산 땅에 전 비서실장의 땅에만 집중됐어야 할 객관성은 결여됐다.
이제는 산 속에도 카페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누구가의 입을 통해 필요하다는 이유만 붙이면 특정 공무원의 땅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예산을 쏟아 부어도 하나 하나 보면 문제가 없을 터이니 특혜가 아닌 길이 열렸다.
전라북도 감사관실이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이유다.
3개월 전 전북도청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 홍보 영상. 유튜브 캡처전라북도 김진철 감사관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는데 감사를 통해 문제를 지적하고 위법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어렵다"면서 "한 점 의혹도 없이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들여다봤다"고 했다.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으나 '전라북도의 감사'로는 위법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전라북도가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