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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구 단위' 재정후원 축구단, 정치권 싸움으로 해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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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구 단위' 재정후원 축구단, 정치권 싸움으로 해체 위기

    K4리그 'FC남동' 창단 2년 만에 존폐 기로
    남동구의회, 축구단 지원 조례 폐지 추진
    쳬육계 '지역구 국회의원-구청장' 갈등이 원인 추정
    "국회의원은 국정을. 구의원을 구정을" 1인 시위도

    FC남동 선수들이 남동구의회의 축구단 지원 조례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는 모습. FC남동 제공FC남동 선수들이 남동구의회의 축구단 지원 조례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는 모습. FC남동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 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후원하는 축구단이 창단 2년 만에 정치권 싸움으로 해체 위기에 놓였다.
     
    예산 지원 근거가 담긴 조례가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인데, 지역구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의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동구의회, 'FC남동' 창단 2년 만에 재정 지원 조례 폐지 추진


    10일 인천 남동구와 체육계 등에 따르면 남동구의회는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임시회에서 '남동구민축구단(이하 FC남동)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내년부터 2023년 말까지 2년 간 FC남동 운영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 개정안은 현재 조례에 있는 지원 기간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구의회는 지난달 해당 개정안을 반려했다.
     
    이 조례는 2019년 9월 제정돼 남동구가 FC남동 선수들의 급여를 지원하고, 구단 홈구장인 남동산단 근린공원 축구장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왔다. 그러나 당시 축구단 창단과 지원에 대해 구의원들의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진통을 겪었다. 남동구의회는 결국 2년 동안 유예기간을 가진 이후 재논의하기로 했었다.
     

    인천 남동구의회. 남동구의회 제공인천 남동구의회. 남동구의회 제공

    '지역구 국회의원-구청장' 갈등이 원인 


    FC남동의 연간 운영 예산은 11억 5천만 원이다. 이 가운데 70%는 선수단 급여, 원정비용, 의류, 훈련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로 구단 직원 급여 및 운영비로 쓰고 있다.
     
    남동구는 그동안 축구단에 5억 원을 지원했고, 나머지 6억 5천만 원은 기업의 협찬 등으로 충당했다. 남동구의 지원이 끊기면 11억 5천만 원을 모두 협찬받아야 하는데 아직 팬층이 두터운 K1리그 팀이 아닌 탓에 이 금액을 협찬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FC남동을 내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례의 효력을 연장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 개정안이 구의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5명과 국민의힘 3명 등 8명이 위원인 상임위원회(총무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미 한 차례 개정안을 반려한 바 있다. 당시 총무위 위원들은 찬·반 토론을 하고 투표로 개정안 부의 여부를 결정했는데 8명 가운데 5명이 부의를 반대하고 2명이 찬성했다.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FC남동 창단을 추진한 이강호 남동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당내 계파에 따라 같은 소속 위원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인천 남동갑·을 선거구 구의원들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남동갑 지역구의 맹성규 국회의원과 이강호 남동구청장 사이의 갈등이 FC남동의 해체 위기를 야기한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정치권 다툼으로 지역 체육 유망주들의 미래가 꺾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반대의견을 내는 구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선거구 구의원들은 이같은 추측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동구의회 회의록 등을 종합하면 남동갑 선거구를 둔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이 FC남동의 지원을 반대하는 이유로 '경기 출전선수 가운데 남동구 출신 선수의 출전시간이 짧다'거나 '축구단의 구단 유지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는 등 비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FC남동 김정재 감독이 인천 남동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FC남동 제공FC남동 김정재 감독이 인천 남동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FC남동 제공

    "선수·감독 인생 걸고 뛰는데 정치인 갈등으로 해체 위기라니…"


    FC남동 운영진과 감독, 선수단들은 지난달부터 개정안의 구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받는 등 축구단 살리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김정재(47) FC남동 감독은 지난 7일부터 남동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가 든 피켓에는 "국회의원은 국정, 구의원은 구정. 공천 족쇄에 소신 버린 남동구의원"이라고 적혀 있다. 남동구의회 임시회가 폐회되는 오는 20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2019년 창단한 FC남동은 인천 유일의 K4리그 참가구단이다. 출범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지만 구단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모범적인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1리그 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와 협약을 통해 유망한 선수를 임대받고, 뛰어난 선수를 보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FC남동 소속으로 지난해 K4리그 득점왕에 올랐던 유동규는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창단 첫해인 지난해에는 K4리그 13개 구단 중 5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도 냈으며, 올해 6월에는 15세 이하 유소년 축구팀도 만들어 체계적인 선수 육성 체계도 갖추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FC남동은 인천 유일의 K4 구단으로 군 복무나 부상으로 프로팀에서 밀려났지만 재기를 위해 훈련하는 베테랑 선수들과 경험 부족으로 아직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한데 모여 꿈을 향해 뛰는 팀"이라며 "선수와 감독 모두 각자 인생을 걸고 뛰고 뛰고 있는데 정치인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창단과 해체가 결정될 수 있다는 현실이 매우 서글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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