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전 하사. 연합뉴스군 당국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가 강제전역을 당하고 숨진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법무부가 지난 22일 육군에 1심 항소를 포기하라고 지휘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24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육군은 성전환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 조처했던 변 하사 인사기록을 '정상 전역'으로 정정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는 군이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던 변 하사는 올해 2월 전역 예정이었지만, 작년 1월에 강제전역됐다. 실제로 육군은 당시 전역으로 못다 한 13개월 치 복무기간 월급도 유족 측에 지급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019년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길 희망했지만,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그를 강제전역시켰다.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었다. 변 하사는 올해 3월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변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 직후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을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점, 성별 정정 신청 사실을 군에 보고해 군에서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할 때의 성별 기준은 전환 후 성별인 여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남성의 성징을 기준으로 신체 결손 등을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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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항소 지휘 권한을 가진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하라고 지휘했다.
다만 법무부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판결은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사건 처분 당시 여성이었던 망인(변 전 하사)에 대해 음경 상실, 고환 결손 등을 이유로 한 전역처분이 관련 법령에 비춰볼 때 위법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전환자의 군복무 인정 여부는 추후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적 공감대 등으로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성전환자 군 복무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연구를 통해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