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여당 규탄대회''에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이 실질적인 손실보상 및 집합제한 명령 전면 해제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사태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권의 지원금 경쟁 과열로 그 규모가 100조원까지 늘어났다.
생계난에 허덕이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반가울만한 소식이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의 6분의 1에 달하는 거액의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어 대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종인 "100조"에 이재명 "환영"…李 25조→尹 50조→金 100조로 4배 껑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8일 중소기업 공약발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소상공인 100조원 지원 구상에 대해 "진심이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국회사진취재단100조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신분으로 '코로나19 사태 중장기화에 대비해 100조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구상한 것을, 최근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 직후 다시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금액이다.
당초 정치권에서 논의된 코로나19 지원금 규모는 20조원 안팎이었다.
이 후보가 지난 10월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면서 최대 25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성이 제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그러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보편적 재난 지원 대신 "피해를 입은 분들의 피해 규모를 파악해서 맞춤형으로 해드리겠다"며 대통령 당선 후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좀처럼 지지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 후보는 한동안 주장하던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철회하는 대신 윤 후보를 향해 "윤석열표 50조 예산을 미리 집행하면 윤 후보에게도 손해는 아니지 않느냐"며 50조원 지원을 대선 이후가 아닌 당장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25조원에서 50조로 2배 늘어났던 지원 규모는, 김 위원장의 100조 구상을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또 다시 2배로 늘어나게 됐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 후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에서 송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에서 김 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이 함께 방안을 마련하자며 "4자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지원규모 전국민지원시 1인당 50만원에서 100조 투입시 수천만원선…소상공인·자영업자 "버틸 힘 될 것"
판이 4배로 커지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원금액을 살펴보면, 이 후보의 25조원은 전국민 기준 1인당 50만원 수준이었는데, 윤 후보의 50조원은 집합금지업종 종사자 기준 1인당 5000만원에 이른다.
영업제한업종은 3000만원, 경영위기업종은 10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전체 지원 규모가 100조원으로 늘어나게 되면 이에 맞춰 1인당 지원 규모 또한 윤 후보의 50조원 구상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 중인 40대 외식업 자영업자 심모씨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전국민 지원금보다 지원 규모가 큰 선별지원금이 훨씬 좋고 유용할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재정으로 안전망을 만들어준다면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더라도 버틸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국가부채 부담 크다는 우려에 '포퓰리즘' 지적 있지만, 전문가 "이럴 때 쓰자고 그간 재정여력 비축한 것"
관건은 재원 마련 방안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지원금에 쓰일 재정을 마련하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수적이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의 50조 즉시 지원 언급이 "추경을 하자는 말씀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국민의힘도 윤 후보의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지출 구조 조정과 추경을 통해 50조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로 다수의 추경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가 지출 구조 조정보다 국채 발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어느 당이 논의를 주도하더라도 상당량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재정당국의 입장이다.
올해 2차 추경까지 마친 후의 국가채무는 965조원 규모로, 내년에는 1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를 발발 때부터 지금까지 관리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액만 400조원에 달한다.
이미 내년도 나라살림이 600조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의 6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의 지원금 예산을 국채 발행 중심으로 마련하려 할 경우 부채의 급증이 불 보듯 뻔한 만큼 정부와의 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올해의 경우 예상보다 50조원 안팎의 초과 세수가 발생해 추경을 하는 등 재정 여력이 있었지만, 내년의 경우 이런 초과 세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정부의 재원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재원마련에 난항이 예상되는 탓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거대양당이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실현이 어려운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가 부채비율이 낮은 편이고,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은 충분했던 반면 직접 지원을 하는 재량지출이 부실했던 만큼 여야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대신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다면 아주 불가능한 공약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행정개혁TF 단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재정여력을 비축한 것은 경지 위기 국면에 처했을 때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100조원 까지 언급이 됐다면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이득을 본 기업들이 그 이익을 피해계층과 공유하도록 하는 사회연대세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여야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