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코로나19 환자. 연합뉴스프랑스 리옹 적십자 병원에 임신한 38세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채 실려 왔다.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다고는 하는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위중했다. 결국 의료진은 배 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임부는 그제야 자신은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으며 병원에 보여준 백신 패스, 즉 보건 증명서는 가짜라고 마취 담당 의사에게 고백했다.
아이는 무사히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 증명서 없이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커지는 프랑스에서 가짜 증명서를 사용하다가 병원에 와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장크리스토프 리샤르 리옹 적십자병원 중환자실장은 지금까지 가짜 보건 증명서를 쓰다가 입원한 환자를 5~6명 정도 봤다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트다쥐르 지방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캬롤 이차이 중환자실장은 코로나19로 입원한 중환자의 30% 정도가 가짜 보건 증명서를 사용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파리 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 중환자실장 알렉상드르 드물은 가짜 보건 증명서를 쓰다가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죽고 싶지 않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짜 보건 증명서를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지난 여름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커다란 제약이 생기도록 방역 체계를 짰다.
식당, 카페, 술집에서 자리에 앉고 싶다면 보건 증명서를 보여줘야 하고,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갈 때는 물론 기차를 타고 국내 여행을 할 때도 필요하다.
QR 코드 형태의 보건 증명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24시간 안에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이거나, 과거 코로나19에 걸려 항체가 있다는 인증서다.
정부는 이달 15일부터는 65세 이상, 내달 15일부터는 18~64세 성인이 2차 백신 접종 후 7개월 안에 추가 접종을 하지 않으면 보건 증명서를 무효화하기로 하면서 '부스터샷' 독려에 나섰다.
제도 시행 하루 전까지 65세 이상 인구의 5%에 해당하는 40만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아직 추가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프랑스앵포 라디오가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패스를 검사하는 프랑스 술집. 연합뉴스프랑스에서는 12세 이상 인구의 90.6%가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한 차례 이상 접종했지만, 접종률은 지난 10월부터 두 달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간 르몽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단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600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전체 인구의 76.0%에 해당하는 5124만 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으며, 18세 이상 모든 성인은 지난달 말부터 백신 추가 접종이 가능해졌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는 매일 4만~6만 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으며,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133건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27만 728명으로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12만 431명으로 세계 1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