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여러분, 잠깐 생각해 보세요. 치킨. 치킨은 한식일까요. 아닐까요? 선뜻 답이 안 나온다면 지금부터 인터뷰를 들으시면서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얼마 전에 한식진흥원이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8500명을 대상으로 한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가장 좋아하는 한식 1위도 치킨. 가장 자주 먹는 한식 1위도 치킨. 치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인들의 60%는 프라이드 치킨은 한식이 아니다. 이렇게 응답을 했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야말로 화제의 조사.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음식 인문학자세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영하 교수 연결을 해 보죠. 주 교수님, 안녕하세요.
◆ 주영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한식진흥원의 조사 결과부터 같이 한번 보겠습니다.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표를 보여드리죠. 외국인들이 가장 자주 먹는 한식. 또 가장 사랑하는 한식 전부 다 1위가 치킨이에요. 가장 자주 먹는 한식 2위는 김치, 3위의 비빔밥. 그다음이 떡볶이, 그다음이 김밥, 불고기, 잡채순. 아니, 저는 김치, 비빔밥, 떡볶이는 다 이해가 되는데 치킨에서 턱 걸리더라고요. 이게 정말 한식인가. 단도직입적으로 한식입니까? 치킨.
◆ 주영하> K푸드는 분명하죠. 일단 외국인이 생각하는 K푸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 뿐이 아니고 한국 음식점에서 나오는 메뉴. 그다음에 한국의 식품공장에서 판매하는 식품들. 이것들을 다 주로 일컫는 말이에요. 질문지에는 치킨이라고 안 하고 한국 치킨이라고 적혀 있죠.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즐겨먹는 음식이면 모두 K푸드라고 보는 것이죠.
◇ 김현정> 외국인들 눈에 한식이 분명하다.
◆ 주영하> 한식이 아니고 K푸드라고 해요.
◇ 김현정> K푸드가 분명하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한식, K푸드가 한국말로 하면 한식 아니에요?
◆ 주영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한식이랑은 다르지 않을까요. 뭐 이렇게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한국음식을 한식이다라고 생각하는 인상이 강한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설문조사에서 프라이드 치킨은 한식은 아니다라고 우리나라 사람들 60%가 답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 주영하> 네, 그렇죠.
◇ 김현정>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식 하면 그거는 K푸드와는 다른 조선시대 궁중음식 고려시대부터 먹던 그 음식을 떠올린다는 거군요.
◆ 주영하> 그렇죠. 그러니까 이 간극이 굉장히 커서 어떻게 보면 한국음식이 외국인들한테 알려지게 된 것이 사실은 10년도 안 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주영하> 그리고 그걸 알게 됐던 과정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고 K팝스타들이 이제 저희가 먹는 음식들이죠. 그런데 우리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이것은 한식, 이것은 한식 아닌 것, 구분하고 우리가 먹고 있나요?
◇ 김현정> 그렇지는 않죠.
◆ 주영하> 그러니까 한국인의 인상에 대한 관심이 외국인들한테는 지대하게 높았고 그것이 K푸드라고 설명할 수 있는 거니까 한국식 치킨은 치맥으로 이미 세계적인 음식이 돼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한국 음식이라고 보는 건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프라이드 치킨, 어디 미국에서 온 거 아닐까?
◇ 김현정> 켄터키 지방에서 온 거 아니야? 그거? (웃음)
◆ 주영하> 그렇죠, 그렇죠. (웃음)
◇ 김현정>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이렇게 생각하니까.
◆ 주영하> 그러니까 이 간격이 크다는 것은 한국음식에 대한 이해가 국내와 외국에서의 차이가 많다는 것이고요. 그것은 우리가 고민해야 될 문제인 거죠.
◇ 김현정> 교수님 보시기에는 그러면 지금 이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 치킨. 그냥 넓은 의미의 한식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겁니까?
◆ 주영하> 아마도 10대, 20대들한테 물어보면 그거 한식 아니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교수님 보시기에는 한식으로 넣어줄 수 있는 거예요? 그 기준을 어떻게 삼아야 되는 건가요?
◆ 주영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제가 보기에는 대개 이항대립적인 논쟁을 가져오는 거고요. 그것보다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왜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음식 K푸드와 국내에서 생각하는 한식의 차이가 다를까'라고 하는 것에 좀 더 집중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그것은 그만큼 우리는 외국인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한식 그러면 궁중음식, 종가음식 뭐 이런 식의 좀 뭔가 거한 것을 알려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원래 1980년대, 90년대 말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전부 다 요리집에 데려갔어요.
◇ 김현정> 한정식, 궁중음식.
◆ 주영하> 그렇죠. 한류드라마가 뜨면서 대체적으로 겨울연가를 보면서 한국에 갔다왔던 한국 마니아들. 우리가 먹었던 거하고 다르네. 삼겹살을 먹네. 소주를 마시네. 떡볶이를 먹네, 파전을 먹네.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이 차이들이 서서히 메꾸어가는 그 과정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논의겠죠.
◇ 김현정> 그러면 '한식입니까 아닙니까'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그 한식의 개념도 맞고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 K푸드의 개념은 또 별개로 생각해서 우리가 뭐 응대해야 된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 거예요?
◆ 주영하> 그렇죠.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 중에서도 실제로 오래된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떡볶이 말씀하셨는데 떡볶이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고요. 조선시대 문헌에 뭐 궁중떡볶이라고 알려져 있는 게 나온다고 하지만 완전히 요리법이 다른 음식이고요. 그다음에 이번 조사에서 한국 4위로 뽑힌 잡채가 있잖아요.
◇ 김현정> 잡채.
◆ 주영하> 조선시대에도 똑같은 이름의 잡채가 있기는 했는데 조선시대 때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에요.
◇ 김현정> 당면이 없는 잡채였습니까?
◆ 주영하>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먹는 당면 잡채는 20세기 초반에 중국의 당면, 그다음에 일본식 간장. 그다음에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무치는 방식, 이걸로 인해서 이제 1930년대에 가정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에 한국음식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잡채가 자리잡은 거죠. 그러니까 잡채도 따지고 보면 뭐 프라이드 치킨하고 똑같은 처지에 있다라고 볼 수가 있는데 시간이 흘러서, 흘러서 이제 당면 잡채라고 안 부르고 잡채라고 하면서 '잡채는 한식의 대표 주자야'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차이들이 있어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도 20세기를 거치면서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그런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물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성찰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음악이나 영화 같은 K콘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그 영화, 음악 스타들이 먹는 음식들을 한식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고, 외국인들이 사랑하게 된다는 얘기인데. 결국 그런 K푸드의 대중화를 위해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공약해야 될 것인가를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느낄 수 있겠네요. 어떻습니까?
◆ 주영하>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사람한테 한식을 알려주고 싶은데 외국인들은 사실은 길거리음식이었던 음식들이 우리한테 유행하면서 'K푸드는 길거리음식이야' 이런 인식을 가진 외국인들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한식을 그냥 '옛날 게 좋은 거야. 한식은 근사한 거야'라고 하지 말고 가령 예를 들어서 요새 마라탕이 있잖아요. 중국음식인데 신선로하고 똑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신선로 요리법을 진화시켜서 맛 없게 변한 이 음식을 좀 유행시키는 노력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주영하> 그런 속에서 한식을 좋다고 구호만 외치지 말고 실제로 우리가 소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죠. 주 교수님, 고맙습니다.
◆ 주영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