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검찰청 수원지방검찰청. 연합뉴스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받은 수원지검 수사팀이 해당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압수수색 영장 기재 내용부터 집행까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현직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11월 2차례 걸쳐 이뤄진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해 준항고를 접수했다고 6일 밝혔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이나 검사·경찰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법에 낸 준항고서에서 4가지 사유를 위법 압수수색의 근거로 기재했다. ①죄가 되지 않는 사실로 영장 구성 ②허위 내용으로 영장 청구 ③경찰 참여 압수수색의 위법성 ④압수수색 대상물의 잘못 기재 등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먼저 수사팀은 설사 유출됐더라도 공소장 자체는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죄가 되지 않는 게 명백한데 이를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구성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한 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요구하는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또 "이성윤 기소 당시 수사팀이 아니었던 임세진, 김경목 검사에 대해 마치 파견돼 수사팀에서 수사를 하고 있던 것처럼 허위로 작성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으로 법원을 기망해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집행 착수 전 그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그대로 집행을 강행한 건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임세진·김경목 검사는 지난해 3월 수사팀 파견 연장이 불허돼 원소속청으로 복귀했고, 이성윤 고검장 기소는 그 이후인 같은해 5월에 이뤄졌다. 두 검사의 사례처럼 착오나 오류로 대상자를 잘못 지정해 영장이 발부·집행까지 된 사건에서 준항고가 접수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어 수사팀은 공수처에 파견된 경찰공무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참여하는 것 또한 "명백히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파견은 '다른 기관의 업무폭주로 인한 행정지원의 경우'에 한정되므로, 행정지원이 아닌 수사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수사팀은 "공수처 파견 경찰공무원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인원 제한 없이 파견이 가능하게 된다"며 "이는 공수처법에서 권한 남용 견제를 위해 검사와 수사관의 정원을 제한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박종민 기자끝으로 수사팀은 공수처 영장의 오기재를 꼬집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이메일함과 집행 대상 이메일함의 명칭이 달라 수사팀이 집행 착수 전에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공수처가 새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그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그동안 준항고는 압수수색 집행 절차에서의 위법성을 주로 다뤄왔지만 형사소송법은 절차 위반만을 준항고 사유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며 "본건과 같이 죄가 되지 않는 내용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집행하거나 허위 내용으로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발부받는 등 잘못 발부된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다투는 준항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 신청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김웅 의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 당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준항고 소송을 내 법원에서 인용됐고, 공수처가 이에 재항고해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대상인 손준성 검사도 법원에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며 준항고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