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해당 아파트의 완전 철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분 철거·보강이 아닌 건물 전체 재시공 방안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붕괴 사고와 함께 현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향후 완전 철거와 재시공이 결정되기까지 상당 기간 진통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현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며 "우선 이번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를 비롯해 전국 65개 작업 현장에 대한 외부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아파트 전면 철거와 재시공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화정지구는 외부 전문가, 당국과 상의해 안전점검을 한 뒤 문제가 있다면 수분양자에 대한 계약 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며 "입주를 앞둔 주택은 물론 그동안 현산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법적 보증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의 이번 발표는 사고 발생 7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회장직 사퇴'와 함께 재시공, 전체 현장 안전진단, 구조적 결함 보증기간 확대 등을 내세웠지만 사태 해결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사고 현장에서 진행 중인 실종자 수색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과 예비입주자들이 현산 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거세게 비난하는 등 여론도 싸늘하다.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견을 활용한 실종자 수색이 이뤄졌다. 광주시소방본부 제공이들은 한목소리로 현산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종자 수색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종자 구조 이후에도 관련 보상 절차, 현장 수습까지 마무리되려면 수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철거를 위한 안전성 확보 과정과 붕괴된 아파트 건물 입주예정자는 물론 인접한 다른 동 입주예정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붕괴 아파트 건물 철거 후 재시공으로 다른 동 입주 예정자들의 입주 시기도 늦어지는 등 피해를 호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재시공으로 결정되더라도 아파트 건물 완공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도 현재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도를 고려하면 '안전 우려'가 꼬리표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선대 건축공학과 조창근 교수는 "겨울철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콘크리트 시공과 레미콘 자제에 대한 문제, 공정,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붕괴가 발생했을 수 있다"며 "붕괴되지 않은 아래층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균열이나 파손이 있을 수 있다. 재시공이나 보강을 하더라도 입주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안전진단을 통해 대안을 결정하겠지만 행정 당국에서 완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고 입주민 여론까지 감안하면 붕괴 건물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연합뉴스한편,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201동의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중 23~34층 양쪽 외벽이 붕괴됐다.
화정아이파크는 2019년 5월 분양한 아파트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가운데 현재 5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