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신정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해 준 쥐덫 끈끈이와 쥐약. 반웅규 기자울산 한 아파트에서 설치한 쥐덫에 길고양이가 걸려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덫에 뿌려진 사료가 고양이 간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영상]쥐덫 걸린 길고양이…동물단체, '학대' 정황에 현상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에는 고양이 간식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공분을 샀는데 애초 쥐덫에 들어 있던 미끼로 파악됐다.
25일 울산 남구 신정현대아파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아파트 전체 방역 소독을 진행하면서 유해동물을 박멸하기 위해 쥐덫에 일종인 '끈끈이'를 설치했다.
끈끈이는 방역업체가 제공한 것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자체적으로 끈끈이를 관리하면서 환경미화 직원을 통해 설치하도록 했다.
새 끈끈이는 절반으로 접혀 있는데 덫으로 놓기 전, 펼치면 갈색의 미끼가 들어가 있다.
쥐덪에 걸렸다가 구호조치된 길고양이가 동물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관리사무소는 끈끈이를 설치한 뒤 추가로 쥐약을 뿌렸다고 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아파트가 1994년에 입주한 데다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어 주기적으로 소독 방역을 하고 유해동물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끈끈이에 미리 들어가 있는 사료는 고양이 간식이 아닌 쥐 미끼이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길고양이가 끈끈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4일 아침 직원 회의 때까지 길고양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뉴스를 본 입주민이 알려주고 동물보호단체가 찾아오면서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앞서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캣맘들은 23일 오후 9시쯤 신정현대아파트 지하에서 끈끈이에 길고양이 걸렸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구호 조치를 했다.
쥐덫에 걸렸다가 구호 조치된 길고양이가 동물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해당 길고양이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임시 보호를 받고 있다.
케어 측과 캣맘들은 끈끈이에 놓여 있는 갈색 사료를 고양이 전용 간식으로 보고, 누군가 길고양이를 학대하기 위해 한 짓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캐어 측은 사례금 300만 원을 내걸고 목격자를 찾았다.
길고양이가 끈끈이에 걸린 당시 현장을 찾았던 한 캣맘은 "어미 길고양이와 새끼고양이 4마리가 있던 아파트 지하 통로 주변이 막혀 있었고 유일한 출입구 한 곳에 끈끈이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끈끈이에 있던 쥐약은 쥐나 고양이 등 어떤 동물이 먹어도 죽을 수 있다"면서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면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해 구호 조치를 한 이후 덫을 설치한 것이 맞지 않겠냐"고 덧붙였다.